북, 러시아와 혈맹으로 거듭나…대외적 고립 출로 마련
중국과도 관계 정상화…북, 중·러 뒷배 업고 핵보유국 지위 주장
[北파병 1년] ① 北, 파병 승부수로 극적 돌파구…달라진 전략적 입지북, 러시아와 혈맹으로 거듭나…대외적 고립 출로 마련
중국과도 관계 정상화…북, 중·러 뒷배 업고 핵보유국 지위 주장
[※ 편집자 주 =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8일로 1년이 된다. 국가정보원은 작년 10월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었고 북한의 전략적 입지 또한 달라지게 했다. 파병 1년을 맞아 그간의 경과와 북한의 달라진 전략적 위치 및 군사 역량 변화, 비핵화와 한국 외교에 미친 영향 등을 네 편의 기사로 정리해 3∼6일에 걸쳐 한 편씩 송고한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올해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군 대표단으로 참석한 김영복 인민군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상장)을 만나자 두 팔을 뻗어 끌어안았다.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으로 가능해진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한층 끈끈해진 러시아와의 안보동맹 관계를 디딤돌로 북한은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대외적 고립을 타개할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했고, 이는 동북아 외교 환경에서 북한의 입지도 전환하는 효과를 낳았다.
지난해 10월 8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특수부대를 러시아로 보내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유·무형의 소득을 얻은 것이다.
◇ '검증된 혈맹' 거듭난 북러…북, 대외적 고립 출로 얻어
북한은 파병 이전에도 탄약 지원 등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도왔지만, 파병이 가져다 준 북러관계의 상승 효과는 훨씬 컸다.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의 지난해 6월 방북과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 체결을 통해 제도상으로 복원됐던 군사동맹 관계를 실제 이행에 옮겼다는 의미가 있다. '검증된 혈맹'으로 거듭난 것이다.
북한이 올해 4월 2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서면입장문'을 통해 파병 사실을 공식 인정할 때 그 근거로 든 것도 북러 조약 4조의 '유사시 상호간 자동군사개입' 조항이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참전은 러북 관계가 약속의 단계(제도화)에서 이행의 단계(공고화)로 발전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북한군은 러시아의 쿠르스크 탈환에 결정적 기여를 하면서 우크라이나전 전황 측면에서도 러시아군에 필수 불가결한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주타격 방향인 도네츠크 같은 중요한 지역에 러시아군이 집중할 수 있는 전략적 여건을 창출해 준 것이 북한 특수작전군"이라며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하면서 쿠르스크를 탈환한 것이 결정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상승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파병 이후 러시아는 핵무력 고도화를 포함한 북한의 행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올해 7월 원산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선희 외무상과의 전략대화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 지위를 부정하려는 임의의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주장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대북 경제협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행보는 그 자체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규범을 흔드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더는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제재 해제를 절실히 추구하지 않아도 되는 구도가 현실화했다고 볼 수 있다.
◇ 北, 핵을 유지하고도 국제사회로 나갈 교두보 마련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핵을 유지하고도 국제사회로 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처럼 달라진 외교적 입지 위에서 최근 들어 한층 공세적인 외교에 나서는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8월 14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광복절 축하편지에서 북러가 공동으로 행동하며 "정의롭고 다극화된 세계질서를 수립하는데 중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보듯 북한은 '다극화 세계'의 어엿한 축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토대로 한동안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도 전격적으로 회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섰다.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북러 밀착을 경계하며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중국의 속내가 배경이 됐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북중관계 개선까지 이어진 북한의 대외관계 흐름은 결국 러시아 파병을 통해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중국 전승절 행사를 통해 북중러 연대, 중국과 러시아의 '핵보유 묵인 효과'를 얻어낸 뒤 북한은 최종적 목표인 미국으로부터의 핵보유국 인정을 위해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오는 10일 평양에서 성대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열고 중러는 물론 베트남, 라오스 등 비(非)서방 고위 인사들을 불러들여 높아진 지위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에도 북러관계가 지금처럼 유지될지는 북한의 대외관계에 남아 있는 변수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 모두 북러관계를 미국에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공고한 협력을 이어갈 거라는 관측도 있다.
두진호 센터장은 '국가안보전략' 10월호 기고에서 "북한은 대러 파병 정책을 통해 북미 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고, 러시아는 북한군을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는 필승 카드이자 종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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