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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트럼프에게 경고 "토마호크 보내면 새로운 차원으로 관계 악화"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3 08:30

수정 2025.10.03 08:47

러시아 푸틴, 美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에 토마호크 보내면 안된다고 경고
"미러 관계 새로운 차원으로 악화, 전황 못 바꿔"
미국과 핵군축 논의할 준비 됐지만 러시아 핵전력 무시 말아야
나토 유럽 회원국도 언급 "내부 문제 때문에 러시아 비난"
유럽 군사화에 "러시아의 보복은 오래 걸리지 않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겨냥해 만약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할 경우 러시아와 미국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나빠진다고 경고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여전히 러시아가 유리하다며 토마호크로 전황을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 트럼프에게 관계 악화 경고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미국과 사이가 나빠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푸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건넨다면 "이것이 터널의 끝에 빛이 나타난 우리의 관계를 훼손할까? 물론 그럴 것이다. 어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미군의 개입 없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러·미 관계를 포함해 완전히 새롭고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의 악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과 가까웠던 트럼프는 올해 2기 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를 압박, 러시아에 우호적인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계획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푸틴은 지난 8월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트럼프와 직접 대화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서 교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원을 받아 "이번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원래의 국경"을 되찾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는 푸틴에게 휴전 협상을 압박할 목적으로 미국 국방부와 정보기관에 러시아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장거리 타격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에게 미군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사거리 300km 수준의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유럽 국가들도 영국·프랑스가 공동개발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를 우크라이나에 건넸으며 해당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250km 수준이다. 그러나 토마호크 미사일의 경우 사거리가 2500km에 달해 러시아 모스크바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 2022년 개전 이후 매년 겨울마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정전을 겪었던 젤렌스키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수도에도 대규모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28일 폭스뉴스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트럼프가 내린다고 밝혔다. 푸틴은 2일 토마호크에 대해 "완전히 현대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강력한 무기"라면서도 현재 러시아가 우위를 점한 전장의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에이태큼스도 러시아에 피해를 주기는 했지만 결국 러시아 방공망에 격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뉴시스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뉴시스

美·나토 상대로 위협 "보복 오래 걸리지 않아"
2일 푸틴은 트럼프에 대해 "사람들에게 충격 주기를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지난 8월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도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방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푸틴은 트럼프가 알래스카 회담에서는 양국 관계는 다루지 않고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방안에만 집중했다며 "우리는 이 논의를 계속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러시아가 미국과 전면적인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으며,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있으나 이는 강대국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푸틴은 트럼프가 러시아의 핵무기 역량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미국에 전략 핵무기 숫자를 제한하는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1년 연장하자고 미국에 제안한 것과 관련해 "이 대화는 쉽지 않다. 우리는 이 대화의 위험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새로운 군축 대화에 앞서 러시아가 신형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인 '오레시니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 일부는 연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그 경우 우리 역시 필요하지 않다"며 핵 방어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미국과 동시에 최근 러시아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가 지난달 23일 러시아를 '종이 호랑이'라고 조롱한 데 대해서는 "그러면 나토는 뭔가?"라고 되물었다. 푸틴은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군비 확대 및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중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보복 조치들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위협에 대한 대응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말도 안 된다"며 서방 지도자들을 향해 "침착하고 평화롭게 잠들고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라"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지난달 유럽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드론)가 러시아에서 발사했다고 주장하며 대응책을 논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푸틴은 사회자가 '왜 덴마크에 많은 드론을 보냈는가'라고 묻자 "더는 그러지 않겠다"고 농담했다. 푸틴은 "드론들이 또 어디까지 가는가? 리스본(포르투갈)"이라고 말한 뒤 러시아에 리스본까지 가는 드론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에게는 장거리 드론이 있지만 그곳들에 우리의 표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푸틴은 프랑스가 1일 프랑스 연안에서 드론 작전을 지원하는 러시아 '그림자 함대'로 추정되는 유조선을 억류한 점을 두고 "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선박에서 드론을 찾고 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것들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유럽이 러시아 드론에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은 내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이 지난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이 지난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