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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時代③자본시장]닛케이 4만9천대 수직상승할까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6 09:06

수정 2025.10.06 20:20

이번주 엔환율 달러당 150엔까지 하락 가능성 닛케이지수는 4만7천대 예상 방위·사이버보안·AI·반도체 등 정책 수혜 업종 주목 재정확장 기조에 장기채 금리 상승 불가피
일본 도쿄 도쿄증권거래소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 도쿄 도쿄증권거래소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재정확대 정책을 주장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이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되면서, 일본 금융시장은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초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0엔 수준까지 떨어지고,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4만7000엔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책 수혜 업종으로는 방위산업,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등이 꼽힌다.

■ ‘다카이치 트레이드’ 재현 기대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주 증시에서는 이른바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카이치 트레이드’란 주식을 ‘매수(Long)’하고 일본국채를 ‘매도(Short)’하는 전략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이 경기 부양에는 긍정적이지만 채권시장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다카이치 총재는 대담한 금융완화와 기동성 있는 재정정책을 축으로 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계승한다. 총재 선거 기간에는 소득 수준에 따라 현금 지급이나 소득세 공제를 시행하는 ‘급부형 세액공제’ 제도의 설계 착수와, 휘발유·경유에 부과되는 ‘잠정세율’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같은 감세정책은 개인소비 등 경제활동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쓰비시UFJ자산운용의 이시가네 아쓰시 수석 전략가는 “고이즈미 신지로 후보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다카이치 후보의 승리는 금융시장에 큰 놀라움을 줬다”며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이라는 강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닛케이지수가 전주 대비 1000 이상 상승해 4만7000을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닛케이지수가 단기간에 4만9000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노부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한달 간 닛케이지수가 4만4000~4만9000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부의 투자 확대와 각종 감세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시장은 판단할 것이다. 예상되는 엔화 약세 또한 수출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순풍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아베노믹스’ 초기인 2012년 1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8주 연속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우위가 이어졌다.

■방위·사이버보안·AI·반도체 등 정책 수혜 업종 주목
증시에서는 다카이치 총재의 정책 방향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방위산업이 대표적인 수혜 분야로 꼽힌다. 미쓰비시중공업, IHI 등 중공업 대기업뿐 아니라 방위 시스템에 강점을 지닌 미쓰비시전기와 NEC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NTT와 FFRI시큐리티가 유망 종목으로 거론된다.

다카이치 총재가 경제안보 강화와 관련 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만큼, 소프트뱅크그룹, 어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등 AI·반도체 관련 종목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반면 은행주는 단기 차익 실현 매도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 총재가 지난 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후보의 규제 개혁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몰렸던 인재서비스, 라이드셰어 관련 종목도 매도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총재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배경으로 엔화 매도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시 수석 환율전략가는 “엔화 환율이 주 초반 달러당 150엔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정 확장 기조에 장기채권 금리 상승 불가피
다카이치 총재가 적자 국채의 추가 발행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채권시장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리 급등과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재정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로 장기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본의 국가 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초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 경기 부양책이 추진될 경우 투자자들은 장기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도카이도쿄증권의 사노 가즈히코 수석 채권전략가는 “이번 주 안에 신규 10년물 국채 금리가 1.7%대, 30년물은 3.3% 직전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22년 9월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가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다가 금리 상승, 파운드화 약세, 주가 하락의 ‘트리플 약세’에 직면한 사례가 일본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태양생명보험 관계자는 “초장기채를 순매수해 온 해외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 추가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일본이 미국 국채의 주요 매입국 중 하나라는 점을 언급하며 "일본 금리 상승이 미국 등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 추가 상승 압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 여당 리스크·국정 운영 방향이 '변수'
다만 금융시장에 이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공식 취임하더라도 소수 여당 체제에서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GMO의 드루 에드워즈 대표는 “(일본 총리 교체가 잦은) ‘회전문 상태’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며 “다카이치 총재는 연립정권 구성과 정치적 통제 강화 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즈호증권의 기쿠치 마사토시 수석 주식전략가도 “일본 주식의 매수세가 일단락된 뒤에는 다카이치 정권이 실제로 정책을 이행할 역량이 있는지를 시장이 냉정하게 평가하는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야당과의 협력 여부와 새 내각 구성 등 다카이치 총재의 향후 국정 운영이 일본 금융시장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 4일 일본 도쿄 자유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지난 4일 일본 도쿄 자유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