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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효과’에 日 증시 폭등..역대 4번째 상승폭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6 15:54

수정 2025.10.06 23:29

자민당 첫 여성 총재 선출 후 첫 거래일 4.8% 올라
재정·통화 완화 기대감에 ‘다카이치 트레이드’ 급가동
반년만에 50% 상승에 과열 우려도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가 당선된 후 첫 증시 개장일인 6일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가 4.8%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가 적극 재정과 통화 완화 정책으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75.26(4.8%) 오른 4만7944.76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루 상승 폭으로는 닛케이평균 산출 이래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시장에서는 지난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지만 예상 외의 결과에 이날 아침부터 주식 매수와 엔화 매도를 결합한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오후 들어 상승세는 더욱 강해졌다. 장 중 한 때 4만8117까지 오르면서 처음으로 4만8000선을 돌파했다. 자민당 사상 첫 여성 총재의 탄생으로 일본 개혁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기대감이 커지며 일본 주식 매수세를 자극했다.

이날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의 상장 종목 중 약 90%가 상승했다. 특히 방위력 강화나 핵융합 개발 등 다카이치 총재의 정책과 관련된 종목들이 두드러졌다. 방위산업 관련주로 분류되는 미쓰비시중공업, IHI, 후지쓰, 미쓰비시전기는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사이버보안 관련주인 NEC와 트렌드마이크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거래 변동성이 큰 소형주에도 매수 주문이 몰렸다. 핵융합 관련주인 스케가와덴키는 전거래일 대비 17%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마마쓰포토닉스도 한때 12%까지 상승했다.

우주 관련주에도 매수세가 퍼졌다. 아스트로스케일홀딩스는 15% 상승해 상한가를 기록했고 소형 위성 제조업체 액셀스페이스홀딩스도 한때 15% 가까이 올랐다.

‘다카이치 트레이드’는 2024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에도 활발했지만 이번 상승세는 그 당시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국내 기관 투자가들은 보유 조정 차원의 매도 주문을 내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향후 상승 전망을 의식해 매수세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MUFG증권의 나카자와 쇼 주식전략가는 전날 보고서에서 일본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구조개혁 지연으로 인해 저평가돼 온) ‘재팬 디스카운트’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증시에 대한 과열 우려도 제기된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4월 7일의 저점(3만1136) 이후 반년 만에 50% 이상 상승했다. 기술적으로는 25일 이동평균선과의 괴리율이 ‘과매수’로 인식되는 5%를 넘어섰다.

SMBC닛코증권의 요시노 유타카 수석 테크니컬 애널리스트는 “명백한 오버슈트(과잉 상승) 상태로 단기적으로는 반락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더해지며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기 위해 △다카이치 정권의 연정 성공 △재정확대 정책의 순차적 실행 △경기 상승 △미국의 견조한 인공지능(AI) 수요와 하이테크 주식 상승세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미쓰이스미토모 DS에셋 매니지먼트의 이치카와 마사히로 최고 시장 전략가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러한 4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는다면 일본 증시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 실적이 악화되거나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상황도 (일본 증시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