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반지하 21.9만 가구 중 965가구만 매입
이마저도 일부 자치구 집중...매입 0건만 4개 구
10개 이하 매입된 자치구도 6곳...실적 저조
높은 매입 기준 등 원인..."침수된 집만 산다"
이마저도 일부 자치구 집중...매입 0건만 4개 구
10개 이하 매입된 자치구도 6곳...실적 저조
높은 매입 기준 등 원인..."침수된 집만 산다"
[파이낸셜뉴스] #. 서울 강서구의 임대사업자 A씨는 지난해 서울시에 반지하주택 매입을 요청했으나 신청이 반려됐다. 집에 침수 피해를 입은 이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제 침수를 당한 곳이 몇 곳이나 있겠나"라며 "형식적으로 매입 공고를 낸 것이지 매입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확보한 '서울시 반지하 매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매입한 반지하주택은 총 965가구에 그쳤다. 올해 8월 건축물 대장 기준 서울의 반지하주택이 21만9597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0.44% 밖에 매입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강남·용산·종로·성동 등 4개 자치구에서는 반지하주택 매입 실적이 0건이다. △강남구 5452가구 △용산구 5613가구 △종로구 6555가구 △성동구 6147가구의 반지하주택이 있지만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침수 피해를 입었던 자치구들의 매입 상황도 좋지 않다. 앞서 서울시는 2022년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자치구 7곳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중 가장 피해가 컸던 관악구의 경우, 303가구가 매입되며 전체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수가 매입됐다. 그러나 △구로구 50가구 △금천구 57가구△동작구 50가구 △영등포구 58가구 △서초구 7가구 등 나머지 지역은 100가구도 채 매입되지 못했다. 강남구 역시 개포1동에 한정해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됐으나, 단 한 가구도 매입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까다로운 매입 조건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반지하 매입 시 우선매입대상으로 △침수 피해 이력이 있는 경우 △서울시에서 2022년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한 7개 자치구 내에 존재하는 경우 △지층이 지반에 3분의 2 이상 묻힌 경우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서울시 반지하 주택 매입 계획 방침에 따라 매입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련해 국토부는 매입 기준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침수 주택 위주로 매입한다는 등의 요건은 따로 안내한 바가 없다"며 "공공주택사업자가 필요한 경우 세부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어 공사가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지하를 매입해 없애겠다는 정책의 방향 설정이 잘못됐으며, 매입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많은 반지하 전체를 매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반지하의 존재가 아니라 반지하를 위험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배수 처리 시설 정비를 통한 침수 피해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춘생 의원은 "서울시가 업적 남기기와 실적 부풀리기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며 "반지하 거주민이 온전한 주거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ct@fnnews.com 최아영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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