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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관세 쓰나미' 휩쓸린 韓… 작년 EU에 철강 45억弗 수출[EU도 '철강 관세장벽' 세우나]

박지영 기자,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8 18:27

수정 2025.10.08 18:27

美 이어 최대 수출시장 '직격탄'
업계 "美 관세 이상 타격" 당혹
정부, 민관합동 대응방안 논의
"양자 협의 통해 국익 최대 확보"
'高관세 쓰나미' 휩쓸린 韓… 작년 EU에 철강 45억弗 수출[EU도 '철강 관세장벽' 세우나]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축소하고 품목관세를 25%에서 50%로 높이는 등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한국 철강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한국의 입장과 우려를 적극 개진하고, 철강업계 애로 해소 및 지원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입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EU가 새로 도입하는 TRQ 초안에 따르면 EU의 철강 수입쿼터 총량은 기존 세이프가드에 따라 지난해 설정한 연간 3053만t 대비 47% 줄어든 1830만t 수준으로 축소된다. 수입쿼터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50%로 2배가 된다.

이번 조치는 유럽경제지역(EEA) 국가인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 아울러 조강국 기준을 새로 도입하면서 모든 수입 철강재에 조강국 증빙 의무가 부여된다. 신규 TRQ 조치는 EU의 일반 입법 이행 절차를 거쳐 EU의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 만료 시점인 내년 6월 말 회원국 투표를 통해 도입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EU 철강 수출(MTI 61 기준)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로, 단일국가 기준 1위 수출시장인 미국(43억5000만달러)과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이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기존의 무관세 수입쿼터(한국은 연 263만t)를 폐지하고 품목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는 등 무역장벽을 크게 높인 상황에서 EU까지 유사 조치를 예고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 한국의 철강 수출은 올해 미국의 '관세폭탄'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 5월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한 데 이어 6월 -8.2%, 7월 -3.0%, 8월 -15.4% 등의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 쿼터 물량을 발표하지 않아 정확한 영향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신규 TRQ 도입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철강 쿼터 총량이 기존의 세이프가드 조치보다 47% 감소하면서 국내 철강 수출의 2위 시장인 EU의 철강 수출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만 EU가 국가별 물량 배분 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이를 고려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만큼, EU와의 양자 협의 등을 통해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별도 계기를 통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새로 도입될 예정인 EU TRQ 조치에 대해 우리측 입장과 우려를 적극 개진할 예정이다. 문신학 차관도 철강 수출 현장을 방문하여 수출애로를 직접 청취에 나선다.

아울러 산업공급망정책관 주재로 10일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하여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 마련 등 EU의 새로운 TRQ 조치에 대한 총력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공급과잉 및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의 관세폭탄 이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다만 EU 집행위가 제시한 규정안 초안이 향후 유럽의회, EU 이사회 승인을 거쳐 채택돼야 하는 만큼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독일이 비용 상승을 우려한 자국 자동차 업계 반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구체적 협상 결과에 따라 타격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무협은 "한·EU FTA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의 예외 적용은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FTA 체결국으로서 제도적 신뢰를 갖추고 있고, 고품질·고부가가치 수출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다른 국가에 비해 타격은 상대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관측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