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 절반 줄이고 관세 50% 인상
수출 최대시장 기술혁신 서둘러야
수출 최대시장 기술혁신 서둘러야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고율 철강관세가 현실화되면 한국 철강업은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한 몸으로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철강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고율 관세에 올해 내내 가시밭길이었다. 미국은 지난 3월 수입 철강제품에 기존의 무관세 수입쿼터를 전격 폐지하고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올렸다. 올해 철강 수출은 4월을 제외하곤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줄감소를 면치 못했다. 지난 5월 12.4%가 줄었고 6월 8.2%, 7월 3.0%에 이어 8월에 15.4%나 급감했다. 8월 이후 50% 관세는 냉장고, 변압기, 전선 케이블 등 400여종 파생상품으로 확대됐다. 향후 대미 철강 수출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입은 타격을 유럽에서 상쇄하며 간신히 버틴 국내 철강업계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유럽은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였다. 단일국가 기준 1위인 미국(43억5000만달러)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향후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막히면 한국 철강은 초유의 상황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유럽 시장에서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한국이 EU에 수출한 철강제품 380만t 중 263만t이 한국에 부과된 쿼터를 통해 무관세로 수출된 양이다. 나머지 물량은 글로벌 쿼터를 활용해 전량 무관세로 수출됐다. 이런 이득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니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내야 하는 것이다.
EU가 예고한 연간 무관세 쿼터는 최대 1830만t 정도다. 세계적 공급과잉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3년 철강 수입량을 기준으로 산출한 액수라고 한다. 쿼터 총량 자체가 대폭 줄기 때문에 한국 쿼터도 줄 수밖에 없을 것인데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EU의 철강 관세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제어하고 대미 관세협상을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협상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외교력, 정보력을 총동원해 EU의 벽을 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유럽 내 현지 생산을 늘리고 대대적 기술혁신을 이뤄내는 것이 최선이다. EU의 탄소중립 규제에 맞춰 친환경 고부가가치 철강 개발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끈질긴 연구개발(R&D)로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려 시장 우위를 노릴 수밖에 없다. 유럽 현지 공장 건설과 투자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도 필수다. 업계 어려움을 풀어줄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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