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전 인지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한 혐의
이외에도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혐의도
박 전 장관 측은 일단 혐의 부인
다음 주 초 구속심사 열릴 듯
[파이낸셜뉴스]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조은석 특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신병 확보에 나섰다.
특검팀은 9일 오후 7시41분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을 적용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법무부 간부 회의를 통해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당시 회의에는 법무부 실·국장 10여명이 모여 박 전 장관으로부터 이같은 지시를 받았다.
또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 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실제 계엄 당일 밤 입국·출국 금지와 출입국 관련 대테러 업무를 맡는 출입국 규제팀이 법무부 청사로 출근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체포대상'에 올랐던 정치인들에 대한 출국을 막기 위해 실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계엄 이후 정치인 등을 수용하기 위해 법무부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께 각 기관 상황실장에게 '수용관리 철저, 복무기강 확립, 신속한 상황관리 보고 체계 유지'라는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20여분 뒤 산하 교정기관에 '5급 이상 간부들은 비상대기 바람'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본부장은 같은 날 오전 1시 9분쯤부터 약 10분간 교정시설 기관장들과 영상회의를 하면서 '수용 여력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장관은 '사후 안가 회동 의혹'도 같이 받는다. 계엄 해제 당일인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 박 전 장관과 이 전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 한정화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단순 친목 모임이라고 주장하지만, 특검팀은 이들이 계엄 사후 조치 혹은 2차 계엄을 준비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출국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단 박 전 장관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엄 직후 열린 법무부 간부 회의는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자리였으며, 불법적인 지시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검사 파견 검토'도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되면 인력 차출이 필요한지 따져보라는 원론적인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심 전 총장과 통화는 '파견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할지 미리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대화였고, 검사 파견을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확인을 지시한 것도 계엄 이후 소요나 폭동 등이 발생하면 수용 공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 점검하라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출입국본부에 내린 지시는 계엄 선포 이후 공항 등에 사람이 몰려 혼잡해질 수 있으니 이를 대비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신병을 빠르게 확보해 비상계엄 전후 상황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휴 마지막 날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수사 기간에 박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다. 특검팀 수사로 어느정도 범죄사실이 완성된 만큼, 박 전 장관에 대한 빠른 신병 확보를 통해 수사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구속영장을 접수한 법원은 다음 주 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윤석열 정부 장관 중 3명이 구속돼 수사와 재판을 받는 상황이 이어진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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