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전략서는 행정부가 바뀌면 적지 않은 변화를 겪기에 주목되는 문서인 것은 분명하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부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200일이 지났지만, 관세전쟁은 여전히 고강도로 진행 중이고 종전을 호언장담했던 가자지구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동맹국과 적성국을 구분하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MAGA 목표 달성을 위해 담판과 협상에 집중하면서 소위 민주주의 진영의 결속력은 약화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동맹국과 우방국에게 모질게 대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되레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매섭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도 미국 전략 부재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게 유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2018년 트럼프 1기 국방전략서에 담겼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견제를 통해서 ‘패권’을 지키겠다는 목표가 트럼프 2기 국방전략서에서는 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즉 ‘패권’에서 ‘세력권’으로 목표와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는 것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 간 인식의 불일치와 정책적 중심의 미동기화도 국방전략서 우려 폭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자신은 여전히 관세 담판에 집중하면서 국방정책은 전쟁부의 관료정치에 매몰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그 결과 대통령-참모 간 정책적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이나 콜비 정책차관은 대중국 견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국방 의제에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국군통수권자의 국방정책 관심 부족으로 전쟁부가 독단적으로 관료정치에 따라 국방정책 의제를 주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국방전략서가 공식 발간되면 이러한 혼선도 말끔하게 해소될 수 있을까? 사실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혼선의 배경에서 다시 찾을 수 있다. 관세 담판 올인 대비 트럼프의 부처 의제에 대한 관심 부족을 고려하면 국방전략서가 나오더라도 이것이 트럼프 자신의 안보 시각을 십분 반영하거나 최소한 추후 변심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재가를 받은 것이 아닐 수 있다. 이는 국방전략서 출간 이후에도 ‘패권 vs. 세력권’ 논쟁이 지속되는 전략 부재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한국은 안보이익 차원에서 국방전략서 출간 후 이에 대해 그 전략적·작전적 의미를 상세히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국방전략서가 트럼프 2기 국방 및 안보 정책의 모두를 설명하는 문서라는 식의 과잉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은 경제분야든 안보분야든 임기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에 정부는 대외정책이 탄력성과 회복성이 지속 견지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외부의 정책적 불확실성 속에서 실리는 추구하려면 다양한 옵션을 사전에 준비하여 특정 시나리오 부상시 즉각적으로 대응 해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 맞춤형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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