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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더 엄격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규정 만들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0 15:36

수정 2025.10.10 15:36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청사. /사진=뉴시스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청사.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최근 10년간 경제부처 퇴직자 300명가량이 대형로펌에 취업해 수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감독원·국세청·한국은행·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6개 경제부처 퇴직자 중 김앤장, 태평양 등 6대 대형로펌에 재취업한 사람은 297명에 이르렀다.

판사나 검사, 전직 관료들이 퇴직 후 경력을 이용해 후한 대접을 받는 전관예우가 여전하며 특히 경제 관료들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경제부처 출신 전관들은 이직 후 많게는 공직에 있을 때보다 9배 넘는 연봉을 수령했다고 한다.

특히 국세청, 금융위, 공정위 출신들이 많은 보수를 받았다.

전관예우는 이른바 '낙하산'과 함께 우리 공직 사회의 오래된 병폐다. 전관예우는 좋게 말하면 부정이고 나쁘게 말하면 일종의 범죄다. 막 퇴직한 판·검사들이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피의자의 형벌을 줄일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친다면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 소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의 근원도 전관예우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현직과 전직의 결탁이다. 최근에 퇴직해 변호사가 된 선배 판사의 부탁을 후배 판사가 들어줘 형량을 깎아주는 관행이 여론의 철퇴를 맞고 줄었다고 하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로펌으로 간 법관들이 한해에 10억대의 연봉을 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힘 있는 경제부처의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로펌이 전직 관료들에게 높은 연봉을 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로펌에서 경제와 관련된 소송이나 민원을 그들이 앞장서서 해결해 주기 때문 아니겠는가. 국세청 출신들이 최고 연봉을 받는 까닭은 그들의 역할이 세금 감액이나 세무조사 등 조세 관련 민원 처리라는, 돈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직 관료들이 이해충돌이나 직업윤리와 상관없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대우를 받는 것은 공직자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전직과 현직이 짝짜꿍이 되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국민은 알 길이 없다.

그런데도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이런 유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공직자들이 자신과도 관련된 문제여서 눈감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래서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 공직자 취업제한 관련 제도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경제부처 공직자들이 해마다 30명씩 로펌으로 가서 말도 안 되는 봉급을 받으며 '바람막이'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봐도 느슨하기 짝이 없다.

사회개혁은 이런 데서 시작해야 한다. 좀 더 엄격한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싸움질이나 하는 국회이니 기대할 게 없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