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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시진핑 회담 취소 시사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1 06:37

수정 2025.10.11 06:37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이달 말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국이 올해 초 전면 무역전쟁을 일단락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무역에서 극도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이 생산하는 거의 모든 제품과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해 대규모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는 11월 1일부터 발효될 수 있으며, 중국의 대응에 따라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주 뒤 한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시진핑 주석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이제는 만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는 나뿐 아니라 자유세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충격이었다"며 "미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국가들도 중국의 공격적 무역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S&P500지수는 2.7% 하락하며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는 3.6% 급락했다.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3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0.6% 하락했다.

앞서 중국은 8일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제한하는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중국산 희토류가 일부라도 포함된 자석 및 제품은 베이징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제3국 기업에 미국산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할 때 별도의 라이선스를 요구한 '해외직접생산물규정(FDPR)'의 중국판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시진핑 회담을 앞둔 중국의 협상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조치는 시장을 막아버리고(clog), 세계 거의 모든 국가, 특히 중국 자체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관세 정책은 양국이 다시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올해 초 중국산 제품에 145%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125% 보복관세로 맞섰다. 현재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58%, 중국의 대미 평균 관세율은 37% 수준이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는 최근 "양국의 교역 단절이 사실상 무역 금수조치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양국은 올해 초 제네바에서 휴전 합의에 도달했으나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미·중 관계가 매우 좋았지만, 중국은 오랫동안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며 "세계가 중국에 '인질'로 잡혀선 안 된다.
중국은 자석과 핵심 원소를 독점하며 음험한 계획을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