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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자민당 13년만에 정권 잃나..총리 선출 3대 시나리오는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2 06:58

수정 2025.10.12 06:58

공명당 연정 이탈로 요동치는 총리 선출전
자민당 단독 집권 vs 야당 연합 정권
다카이치 총재, 정권 유지 시험대에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공명당이 자민당 주도의 연립여당에서 탈퇴하면서 일본의 차기 총리 선출 전망이 한층 불투명해지고 있다. 중의원 24석을 보유한 공명당이 다음 주 진행되는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에게 표를 던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다, 야당들도 단일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 선출에 실패하면서 2012년 말 이후 처음으로 자민당이 정권을 잃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중의원(465명)과 참의원(242명) 모두 총리 선출 투표를 실시한다. 양원이 서로 다른 후보를 선택할 경우 중의원의 결정이 우선하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두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자민당과 ‘비자금 스캔들’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공명당은 지난 10일 연립 탈퇴를 선언했다. 결선 투표가 진행될 경우 공명당은 “기권하거나 우리 당 대표 이름을 적겠다”는 방침이다.

공명당의 사이토 테츠오 대표는 전날 NHK 프로그램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을 얻지 못한다면 기본적으로 기권하겠지만, 아니면 ‘사이토 테츠오’라고 쓸 수도 있다”며 “갑자기 야당 대표 이름을 적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이 같은 복잡한 정국 속에서 가능한 총리 선출 결과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시나리오① 다카이치, 자민당 단독 정권으로 총리 당선
중의원 의원 465명 전원이 투표할 경우 과반 기준은 233표다. 자민당은 현재 196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명당이 연정에 남아 있을 때 두 당은 합쳐 220석을 차지했다.

한편 입헌민주당(CDP·148석), 일본유신회(35석), 국민민주당(DPFP·27석) 등 주요 야당 3당의 합계 의석수는 210석이다. 과거에는 이들이 연합하더라도 자민당-공명당 연합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공명당이 이탈한 지금은 정권 교체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세 야당이 단일화에 실패하고 공명당이 자체 후보에게 투표할 경우, 자민당(196석)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며 자민당은 소수 여당 체제로 국정을 이끌 전망이다.

■시나리오② 다카이치, 일부 야당 협력으로 총리 당선
야당이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고 다카이치가 자민당 외부 일부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할 경우 총리에 오를 수 있다.

자민당은 국민민주당(DPFP)을 잠재적 협력 대상으로 지목해왔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5일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와 회동했고,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도 다음날 시마바 가즈야 국민민주당 사무총장과 만났다. 당시 회동은 자민당-공명당 연정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명당 탈퇴 이후 국민민주당은 자민당과의 협력 의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다마키 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공명당이 떠난 뒤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유신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유신회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자민당 총재가 되길 기대했으나 다카이치 총재와의 접점은 거의 없다. 유신회와 국민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명당이 빠진 자민당과 손잡는 것은 오히려 우리 당에 불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중의원 내 무소속 의원 7명이 다카이치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유신회 또는 민주당 출신으로, 자민당 중진들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이들의 지지가 더해지면 자민당 의석수는 203석으로 늘어나 야3당 연합의 210석에 근접하게 된다. 여기에 일본유신회가 협력한다면 자민당 중심의 새로운 연립정권이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시나리오 ③야당 단일 후보로 총리 당선
야당이 결집해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선출을 저지하고,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를 단일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도 주목된다.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이 연합할 경우, 그 어떤 조합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세 당이 협력에 합의한다면 다마키 총리 탄생은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된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도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각 당 대표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 다마키 후보 단일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민주당과 입헌민주당 간의 안보 및 에너지 정책 이견이 변수로 꼽힌다. 다마키 대표와 시마바 사무총장은 “핵발전, 안보, 헌법 등 주요 정책 차이를 좁히지 않으면 협력은 어렵다”고 밝히며, “입헌민주당이 안보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민주당은 전력회사 노조의 지지를 받으며 원전 재가동 및 건설을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입헌민주당은 조건부 재가동에는 찬성하지만 신규 건설·확장에는 반대하고 있다.

다마키 대표는 “입헌민주당이 탈원전을 추진하거나 재가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책 통일은 어렵다”고 말했다.

입헌민주당 내에는 약 40~50명의 진보 성향 의원이 있어, 당이 공식적으로 다마키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일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다마키 대표는 다카이치 총재보다 득표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

한편 임시 국회는 오는 10월 20일 주간(10월 20~26일)에 소집돼 총리 선출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각 정당은 물밑 협상과 표 계산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며, 표심이 ‘유동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자당의 정책 노선과 달리 전략적 투표를 선택하는 이례적인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