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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훈풍 타는 반도체, 찬바람 맞은 가전… 3·4분기 실적 온도차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2 14:39

수정 2025.10.12 14:39

삼성전자 14일, LG전자 13일 잠정실적 발표 예정
삼성·SK AI 메모리 훈풍으로 3·4분기 호실적 예상
LG전자 글로벌 수요 둔화, 관세 여파로 실적 주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미지. 연합뉴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미지. 연합뉴스

주요 기업 2025년 3분기 실적 전망
(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매출 영업이익 매출 영업이익 매출 영업이익
84조1312억 10조1419억 24조832억 10조9142억 21조2278억 6005억
(에프앤가이드)

[파이낸셜뉴스] 국내 반도체·전자 주요 기업들이 올 3·4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이 유력해진 반면, LG전자는 글로벌 가전 수요 부진과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등으로 힘겨운 분기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AI 슈퍼사이클'을 타며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한편, 가전 사업은 원가·수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구조 효율화와 수익 위주 사업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메모리 훈풍' 삼성·SK 영업익 10조 성큼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4일 3·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SK하이닉스는 이달 마지막 주에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양사 모두 AI 수요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반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3·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3개월 평균)는 이날 기준 매출 84조1312억원, 영업이익 10조1419억원이다. 시장 예측대로 삼성전자가 10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다면, 이는 지난해 2·4분기(10조4400억원) 이후 1년3개월 만의 성과다. 실적 회복의 중심에는 반도체(DS) 사업의 반등이 있다. AI 서버 수요 확산으로 고부가 메모리 판매가 늘고, 범용 D램 가격도 반등하면서 메모리사업부는 3·4분기 5조∼6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 조원 대 적자를 내는 시스템반도체도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는 고객사 확보, 가동률 개선에 따라 고정비 부담이 줄면서 영업적자 폭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3·4분기 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엑시노스2600' 양산을 시작했고, 새 플래그십 폰 갤럭시S26 시리즈에 탑재돼 안정적인 성과를 보일 경우 실적 개선을 노릴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분기,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3·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4조832억원, 영업이익 10조914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7.05%, 55.25% 증가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등 HBM의 출하량 확대가 수익성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매출이 3·4분기에도 계획을 초과 달성해 D램 매출의 43%, 전사 영업이익의 48%를 차지하며 호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HBM4(6세대) 양산 준비도 마친 상태로, 남은 4·4분기에도 HBM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가전 부진 속 LG전자 울상, 전장으로 반전
관세 불확실성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이 겹치며 가전 업계는 3·4분기에도 힘겨운 시기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3·4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진행하는 LG전자는 실적 개선 폭이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3·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1조2278억원, 영업이익 6005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3%, 20.1% 감소한 수치다.

특히 TV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본부는 전 분기(영업손실 1917억원)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글로벌 가전 및 TV 수요가 줄고, 북미 시장에서의 관세 부담이 겹친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 삼성전자도 DS부문 호조에도 불구하고, 3·4분기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로 추산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5300억원)에는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가전·TV 시장 전반의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LG전자 기업간거래(B2B) 사업의 핵심인 전장은 3·4분기에도 실적 방어선 역할을 했다.
차량솔루션(VS)사업본부는 매출 2조원 중반, 영업이익 1100억원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해당 사업은 3개 분기 연속 1000억원대 흑자를 이어가며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굳혀가고 있다.
향후 LG전자는 인도법인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조 단위 자금을 통해, '가전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장을 비롯한 B2B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