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누설하면 수감" 명의도용 해결해준다며 1억 뜯어 [금감원 공동기획 조선피싱실록]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2 18:26

수정 2025.10.13 08:32

검찰청·금감원 직원 사칭 사기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지난 8월 서울에 사는 A씨(32)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B씨는 자신을 대검찰청 소속 수사관이라고 소개했다. A씨의 신원정보를 줄줄 읊더니 A씨가 명의를 도용당했다며 피해자 본인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B씨는 담당검사라는 C씨를 연결해줬다. C씨는 "A씨가 연루된 사건은 '엠바고' 사항"이라며 "그 내용을 부모나 지인에게 누설할 경우 전부 조사 대상이 되고, 형량도 올라간다"고 겁을 줬다.

그러면서 새 휴대폰을 개통한 후 근처 모텔에서 '자가격리'하도록 지시했다.

C씨는 새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수·발신번호를 조작하고, 통화·메시지 내역을 감시할 용도였다. 명령은 텔레그램으로 왔다. '검찰 담당자'라는 D씨는 "금융감독원에서 '출입허가서'를 기각시켰다"며 A씨에게 담당자와 직접 통화해 서류를 재발급받으라고 했다.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E씨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E씨는 재발급까지 일주일간 보호관찰 상태로 대기하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에는 D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엠바고를 어기면 그 즉시 구치소에 수감된다고 했다. 그는 A씨의 범죄 금액(2000만원)이 비교적 적고, 초범이라 머물고 있는 모텔을 보호관찰 장소로 지정한다고 했다. D씨는 TV, 컴퓨터의 사용금지를 지시했다. 반성문을 써서 지정된 시각에 보고하고, 수시로 모든 행동을 알리라고도 했다.

A씨가 E씨에게 연락을 하니 계좌추적 서류, 자산보호 신청서, 2·3차 피해방지목적 금융권 조회, 국가안전코드를 알려줬다. 그러면서 "자산은 금감원 전산을 통해 안전하게 보관중"이라며 "돈이 은행에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엠바고 수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사 종료 후 돌려줄 것이라고도 했다.

A씨는 돈을 보냈다. 그 직후 C씨는 "A씨 명의 신규 범죄계좌가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발견됐다. 구속수사를 피하게 해줬는데 이게 뭐냐"고 윽박질렀다. E씨도 "편의를 봐줬는데 이럴 수 있냐"고 소리를 질렀다. '공탁'을 해야 구속을 면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비대면 대출에, 청약통장을 해지해 만든 돈까지 모두 송금했다. 총 1억원이 날아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떤 공공기관도 현금 전달이나 계좌이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급수사, 국가안전계좌 등 생소한 단어를 쓰거나 휴대폰을 개통하라는 명령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가격리를 지시한다면 명백한 보이스피싱이다.
사칭범 이름이나 그가 전송한 서류가 의심스럽다면 카카오톡 '대검찰청 찐센터'로 연락해 확인하면 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