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기보 보증액 평균 3억 그쳐… 민간투자에 기대는 스타트업 [정부, 벤처업계 지원 유명무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2 18:44

수정 2025.10.12 18:44

중기부 한도 확대 추진에도 냉담
"실제 받는 돈은 0 하나 뺀 수준"
"20억 대출받아 연 이자만 1억"
수백억 규모 VC 투자와 대조적
업계 "스케일업할 모험자본 필요"
기보 보증액 평균 3억 그쳐… 민간투자에 기대는 스타트업 [정부, 벤처업계 지원 유명무실]
정부는 인공지능(AI) 등 딥테크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 공급을 위해 기술보증기금 보증한도를 상향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보증받는 금액은 민간 투자금과 비교해 규모가 작아 스케일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행 200억원인 기보 보증 최대한도가 이르면 올해 말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기보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보증 최대한도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기부 관계자도 지난달 18일 'AI·딥테크 유니콘 육성을 위한 벤처투자 정책 간담회'에서 "기보 보증 최대한도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기보와 함께 검토 중"이라며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적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AI 3대 강국 실현 등을 위해 딥테크 등 기술집약형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200억원 보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 이상으로 최대한도를 높이는 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파이낸셜뉴스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기보 자료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보증을 받은 기업은 지난 5년간 한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딥테크 분야의 A기업 대표는 "한도를 더 늘린다 하더라도 기업들에 와닿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도가 200억원이라고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실제로 받는 금액은 여기서 0 하나를 뺀 수준(20억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스케일업 단계에서 민간 자본에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A대표는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자금조달 방법을 다양화해야 하는데 현재 많은 기업이 필요자금의 대부분을 민간 자본에 의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100억원 이상의 보증을 원하더라도 심사에서 가로막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도체 분야 B기업의 경우 기보 보증을 통해 민간 은행으로부터 200억원 이상을 대출받고자 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성장 단계별로 특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에 따라 스케일업 단계의 기업들을 집중 지원하는 사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민간 투자 자본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보 평균 보증금액은 3억원가량이며, 중기부 스케일업 팁스 기업 지원사업의 경우 최대 지원자금이 20억원이다. 통상 스케일업을 가속화하는 단계인 시리즈 C 투자가 100억원 이상임을 고려할 때 격차가 큰 것이다.

딥테크 기업 대표들은 '모험자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C기업의 경우 기보를 통해 20억원가량을 대출받았지만 이자가 연 1억원에 달해 여전히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C 대표는 "보증은 긴급자금일 뿐 투자금이 아니기 때문에 효용이 낮다"며 "스케일업 단계라고 하더라도 200억원 이상 보증에 따른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보증을 원하는 기업들은 보증한도 상향이 그림의 떡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딥테크 시대에 기업의 가치와 성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심사지표를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보증 심사기준 완화(수정)는 지원 대상 저변 확대를 통한 정책 사각지대 해소가 목적인 반면 '보증한도 확대'는 창업·벤처기업을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스케일업 정책 개선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