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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센서스의 마지막 요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2 19:27

수정 2025.10.12 19:27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
'통계(Statistics)'의 어원은 '국가'를 의미하는 'Status'라고 한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사된 인구와 토지 규모에 따라 세금과 병역을 부과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 중국, 로마에서도 인구조사와 토지 측량을 실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5년 또는 10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조사가 있다. 바로 '인구센서스'다.

올해 우리나라도 1925년부터 시작되어 100년을 맞이한 2025 인구주택센서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행정시스템과 방대한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풍부한 통계역량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매년 등록센서스를 실시해 오고 있다.

행정기관이 생산하는 데이터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자료가 있다. 국민행복과 복지정책 수립에 꼭 필요한 심층항목을 파악하기 위해 전체 가구의 20%인 500만가구를 대상으로 10월 22일부터 직접 조사를 실시한다. 이번 센서스에는 저출생·고령화, 다문화가구 확산 등 최근의 사회변화상을 반영하고자 '결혼 계획 및 의향' '가족 돌봄시간' '비혼 동거' '가구 내 사용 언어' 및 '한국어 실력' 등 7개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는 '통계청'이 '국가데이터처'로 승격한 후 처음 실시하는 센서스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데이터처는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공보처 통계국으로 출발해서 내무부, 경제기획원 소속의 국(局)으로 있다가 42년 만인 1990년 통계청으로 승격했다. 그리고 35년이 지난 올해 10월 1일자로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데이터처'로 조직개편이 이루어졌다. 느껴지는 가장 큰 차이는 설립 77년 만에 기관 이름에 '통계'가 사라지고 '데이터'가 들어왔다는 점일 것이다.

큰 변화를 맞아 모든 직원들과 함께 "국가데이터처로의 재탄생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기관'을 넘어 '데이터 혁신을 이끄는 중심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국가적 사명"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의 융합 및 적극적 개방과 함께 신뢰받는 데이터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새로운 데이터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공동 비전, 그 중심에 바로 인구주택총조사 자료가 있다. 파악된 모든 자료는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한 채로 통계적 처리 과정을 거쳐 우리 몸의 '척추'와도 같은 역할을 하며 다양한 데이터가 연계되는 중심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처는 인구센서스의 성공을 위해 꼼꼼한 조사표 설계부터 인공지능(AI) 기능을 도입한 국민 응대, 조사원 모집, 지자체와의 협업 등 모든 분야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조직이 '통계국'에서 '국가데이터처'로 발전하는 동안 센서스도 '100% 국민 대면조사'에서 디지털 기술을 입힌 등록자료와 대면조사가 결합된 방식으로 함께 변화했다. 다만 조사 때마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획'에 대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았다. 바로 전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다.
특히 대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국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