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실제 바닷속 느낌' 고막이 느끼는 압력 VR로 재현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3 08:57

수정 2025.10.13 08:57

‘ACM UIST 2025’에서 '이어프레셔 VR'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GIST 제공
‘ACM UIST 2025’에서 '이어프레셔 VR'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G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귀 내부 압력을 정밀하게 제어해 가상현실(VR)에서 대기압 변화를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혁신적 햅틱 시스템을 개발했다. VR 체험에 귀가 먹먹해지는 압력 감각까지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AI융합학과 김승준 교수 연구팀이 VR 헤드셋에 부착해 귀 내부 압력을 세밀하게 조절함으로써, 대기압·수압 변화에 따른 귀의 먹먹함 등 실제에 가까운 환경 압력 감각을 구현하는 신기술 ‘이어프레셔 VR(EarPressure VR)’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기술은 고도가 변하거나 물속에 들어갈 때처럼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VR 환경에서 안전하게 재현할 수 있어, 기존의 시각·청각 중심 VR 체험을 한 차원 높이는 새로운 감각 인터페이스를 제시한다.

실제 ‘이어프레셔 VR’은 귀 내부 상태를 압력 센서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내장 모터와 의료용 주사기를 통해 ±40 헥토파스칼(hPa) 범위의 압력 변화를 0.57초 안에 구현한다.

이는 실제로 사람이 수심을 따라 하강할 때 느끼는 속도와 유사하다.

연구팀이 귀 내부 압력 변화를 사용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압력 방향과 강도를 나누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약 14.4~23.8 hPa 이상의 압력 차이가 주어지면 압력이 안쪽으로 작용하는지, 바깥쪽으로 작용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14.6~34.9 hPa 이상의 강도 차이도 식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막이 압력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기존 의학적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또 수심 변화나 환경 이동 상황을 적용한 실험에서는, 단순히 음향 효과만 제공한 경우보다 압력 피드백을 함께 제공한 조건에서 훨씬 높은 현실감과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기술의 효과를 체감한 실험 참가자들은 '실제로 바닷속에 있는 기분이다', '완전히 새로운 감각 경험이었다'고 표현했다.

‘이어프레셔 VR’은 경량 착용형 설계로 별도의 대형 장비 없이도 압력 변화를 재현할 수 있어, 원격 수술·재난 구조·잠수 훈련 등 전문 분야와 운동·헬스 앱에서의 가상 고산 체험, 음악 감상 시 웅장한 저음의 압력감 구현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김승준 교수는 “기존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환경 압력 변화를 귀 내부 압력 제어를 통해 직접 체험하게 한 혁신적 기술”이라며, “VR·AR·원격 작업·훈련 시뮬레이션 등 미래 기술 전반의 사용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상호작용 기술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 학술대회 중 하나인 ‘ACM UIST 2025’(9월 28일~10월 1일, 부산)에서 발표됐으며, 현장 시연 부스를 통해 ‘이어프레셔 VR’을 직접 체험한 방문객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연구팀은 향후 상용 VR 기기와의 통합 및 다양한 응용 분야 확장을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 갈 계획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