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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이종조직판막' 인간 재세포화 성공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3 14:04

수정 2025.10.13 14:03

심장판막 이식의 새 장 열었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소영 연구교수,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 소아흉부외과 임홍국 교수(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소영 연구교수,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 소아흉부외과 임홍국 교수(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동물 심장판막 조직에서 면역 거부반응의 원인을 제거하고, 사람 세포를 이식해 살아 있는 조직처럼 재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반복적인 심장판막 교체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열릴 전망이다.

현재 심장 수술에 사용되는 이종조직판막(돼지·소 등 동물의 심장판막 조직)은 인체와 다른 항원(α-Gal, Neu5Gc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이식 후 염증이나 석회화 등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1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의생명연구원 김소영 연구교수,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 소아흉부외과 임홍국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돼지 심낭을 탈세포화 후 α-갈락토시다아제(α-Gal 제거) 와 PNGase-F(Neu5Gc 제거) 로 병용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조직의 생체역학적 안정성 유지 △주요 항원 제거 △10종의 탄수화물 결합 렉틴 신호 감소 등 ‘삼중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항원 제거 후 해당 조직에 사람 지방유래 중간엽 줄기세포(ADSCs) 와 제대정맥 내피세포(HUVECs) 를 공배양해, 체외에서 재세포화(Recellularization)를 유도했다.

그 결과, 세포들이 판막 조직에 빠르게 침투해 안정적으로 정착했으며, 비멘틴(Vimentin), 칼포닌(Calponin), 파이브로넥틴(Fibronectin), vWF, CD31 등 세포 부착과 혈관 내피세포 형성과 관련된 단백질 발현이 모두 증가했다. 이는 조직 재생이 활발하게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 효소의 병용 처리를 통해 항원 제거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람 세포를 공배양하여 체외 재세포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임상 적용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결과는 국제 학술지 'Tissue Engineering: Part A'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이미 2018년에도 자체 개발한 항석회화 프로토콜을 돼지 심낭에 적용해 폐동맥 스텐트 판막을 제작, 872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바 있다.
이번 성과는 그 연장선에서 보다 안전하고 재생 가능한 심장판막 이식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