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론 '대화' 제스처
실질적으론 '경제·자원 보복' 강화
외교전과 실리전 병행
실질적으론 '경제·자원 보복' 강화
외교전과 실리전 병행
【서울·뉴욕=김경민 기자 이병철 특파원】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리튬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까지 통제하며 소재 보복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화 제스처를 보냈지만, 중국은 오히려 전략 자원을 무기화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단순한 관세전쟁을 넘어 공급망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 메시지와 실제 조치의 엇박자가 양국 관계의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손 내밀었지만, 중국은 '리튬 봉쇄'로 응수
홍콩 명보는 13일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맞서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며 고급 리튬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 통제를 다음달 8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저장장치 등 현대 산업의 핵심 소재로, 올해 1~7월 미국 수입의 65%가 중국산이었다. 인조 다이아몬드는 반도체·레이저·정밀기기 등 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와 퀄컴 인수 제동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고 분석한다. 워싱턴 싱크탱크 CNAS의 에밀리 킬크리스 연구원은 "중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통제는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직접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도 "중국이 인조 다이아몬드를 무기화해 미국의 칩 공급망을 압박하려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희토류 합금 수출 제한, 미국 선박 항만료 부과 등 보복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며 대응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0일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한 직후 곧바로 맞불 카드를 꺼낸 셈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의 기술·소프트웨어 제재에 정면 대응하는 전략자원 방어선 구축으로 해석된다.
미중, '관세 폭탄 속 대화 시그널' 주고받아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돕기를 원한다"며 "매우 존경받는 시(시진핑) 주석이 잠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이 불황을 원치 않듯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10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0% 관세를 예고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의 유화 메시지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화 채널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이 희토류 통제 계획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며 "과도한 행동임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행 전용기 안에서도 "우리는 중국과 잘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1일부터 100% 관세 부과 계획은 유효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보자"고 덧붙였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담이 미중 간 실질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이 대화 신호를 주고받고 있지만 실질적 타협은 멀어 보인다. 중국의 리튬과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 통제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기술·소재 분야에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반면 미국은 핵심 소프트웨어와 AI·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무기로 맞서며 기술 패권 경쟁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희토류에서 리튬, 반도체로 이어진 '자원·기술 전쟁'이 세계 제조업 질서를 재편하는 흐름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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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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