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 7100건. 최근 5년간 적발된 불법 사설 게임서버 수다. 같은 기간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은 61명, 실형은 5명에 불과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실)
게임업계가 사설 서버와 '핵'이라 불리는 불법 프로그램에 시달리고 있다. 사설 서버는 게임 서비스 업체가 아님에도 불법으로 게이머들을 끌어들여 수익을 내는 등 게임사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서바이벌 게임 등에서 특정 사용자만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핵'도 활개를 치지만 게임사가 수시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 현행법이 게임 사설서버·불법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행위는 처벌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데다가 이용자에 대해선 별도 금지 규정을 두지 않아 사각지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과 '매크로'…게임사 좀먹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불법 사설서버 이슈는 최근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불법 사설서버는 게임사가 아닌 주체가 기존 서비스 중인 게임과 동일하게 제작·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범죄 행위다. 게임사의 지식재산권(IP)를 침해하는 것을 넘어 사설서버에서 유료 재화를 팔거나 사설 도박을 열어 수익을 올린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각각 대표 게임 '리니지'와 '메이플스토리'·'바람의나라' 등에서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불법사설서버 행정조치 건수는 2023년 2만 5521건에서 2024년 5만 2164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3만 6206건을 적발했다.
일부 게이머들이 돌리는 불법 프로그램도 골칫거리다. 핵과 매크로(봇)가 대표적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여러명이 경쟁하는 게임에서 특정 이용자만 유리하게 해주거나 번거로운 행위를 자동화해준다. 불법 프로그램이 성행하면 다른 이용자들의 재미는 확 줄어든다.
MMORPG 장르의 경우 게임 내 재화가 과도하게 공급돼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이용자 이탈로 이어진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에서 9월 1일부터 지난 5일까지 약 한 달간 불법 비인가 프로그램 이용으로 제재한 계정 수는 21만 7720개에 달한다. 넷마블이 지난 8월 발매한 신작 MMORPG '뱀피르'에서도 불법 프로그램 문제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게임 범죄 이용자까지 처벌해야"
문제는 이런 불법 서버 운영자나 프로그램 판매자가 조직화되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직들이 해외에 거점을 두는 탓에 수사가 어렵고, 처벌 수위도 높지 않아 사실상 수사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장준원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세미나에서 "관련 범죄가 점점 고도화·지능화·국제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그렇지만 관련 법들이 세지 않아 수사기관들이 적극 수사할 유인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불법 프로그램이나 사설서버 공급자 제재를 강화하고, 이용자까지 처벌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높지만, 이용하는 행위 자체도 명백한 '불법'이 되는 것은 인식 변화에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들은 게임 산업을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2차 피해도 양산하는 만큼 정부 차원 노력과 처벌 강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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