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AI 장편 영화 '중간계' 언론시사회
[파이낸셜뉴스] 영화 ‘중간계’의 강윤성 감독이 AI를 활용한 첫 장편영화에 도전한 배경을 밝혔다. 13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에 첫 공개된 ‘중간계’는 감독의 전작 ‘카지노’나 ‘파인’처럼 다양한 남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범죄 드라마이자 이승과 저승 사이, 중간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액션물로 완성됐다. 러닝타임은 보통 장편영화의 절반인 61분으로,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둔 구성이다.
강 감독은 이날 “작년에 '파인'을 찍고 있을 때 KT에서 짧은 분량의 AI영화를 찍어보자고 제안해 왔다. 25년 전 데뷔작 시나리오를 수정해 장편 영화로 찍게 됐다"고 밝혔다.
AI 연출은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의 권한슬 감독이 맡았다. 그는 ‘원 모어 펌킨’으로 2024년 제1회 두바이 국제 AI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강 감독은 “AI가 크리처 디자인과 액션 시퀀스의 초안을 담당하고, 부족한 부분은 특수효과팀이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조계사 장면처럼 섬세한 조명과 실내 표현이 필요한 경우엔 AI가 한계가 있어 “AI와 CG를 병행”했다고 덧붙였다.
AI의 발전 속도에 대해선 “AI가 빠른 속도로 현장에 자리잡을 것”이라며 “다만 배우의 감정과 연기는 대체 불가능하다. AI는 효율을 높이는 도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배우 변요한 역시 “마치 과학실험을 마친 기분”이라며 “감독과 배우, 스태프의 상상력과 창작력이 없으면 AI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강우는 “AI가 영화 산업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을 날이 올 수 있겠지만, 이번 작업을 하면서 ‘배우의 감정은 대체되지 않는다’는 걸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촬영은 더 짧고 안전하게”…현장감 높인 방식
‘중간계’는 일반 크리처물처럼 전면 그린스크린 합성이 아닌, 실제 로케이션 촬영과 AI 후처리를 병행했다.
변요한은 “광화문, 조계사 등 실제 공간에서 연기하니 감정 몰입이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방효린은 “AI 협업 작업일수록 스태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콘티와 시나리오 이해를 바탕으로 활발히 의견을 나누며 촬영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AI영상의 한계도 언급했다. 그는 "프롬프트(AI에게 주는 지시문) 설계부터 고민이 많았다"며 "배우와 크리처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제약이었다"고 돌이켰다. "어떤 장면은 그린맨(크로마키 촬영용 그린 수트를 입은 사람)을 쓰든, 합성용 분할 촬영을 하든 결국 인간이 개입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실사영화와 AI영상 간 해상도 차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극장 상영 버전은 4K 해상도다. 강 감독은 "AI 영상 역시 4K로 구현된다"며 "해상도 문제라기보다는 AI 영상 자체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색보정의 변환 폭이 좁고, 실사와의 질감이 완전히 섞이지 않는다. 색을 아무리 맞춰도 결국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지점이 남는 게 현재 기술의 한계다. 큰 화면으로 보니 ‘유연함’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답했다.
'중간계'는 본래 2시간 분량으로 기획했지만 여러 여건상 1편과 2편으로 나눴다. 그는 "이미 2편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시리즈형 영화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AI가 영화 산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제작 비용과 기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흐를 거라고 생각한다. 영상 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AI가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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