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단독주택이나 임대주택에 사는 노인이 아파트에 사는 노인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쿄과학연구소, 3만8731명 6년간 추적조사
13일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도쿄과학연구소(Science Tokyo) 와타루 우미시오 교수팀과 도쿄과학연구소 의치학대학원, 하마마쓰의과대학, 지바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평균 73.6세 일본인 3만8731명을 6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이 같은 분석이 나왔다.
연구팀이 연구를 하는 기간 중 881명(2.3%)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가운데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주거 형태와 급성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사망 기록을 연계해 분석했다.
그 결과 자가 아파트 거주자(owner-occupied flats)보다 자가 단독주택(owner-occupied detached houses) 거주자, 임대 아파트(rental flats) 거주자의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임대 아파트 거주자의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자가 아파트 거주자보다 1.78배 높았다.
실내 열 환경이 주요원인.. 단독주택 실내온도 쉽게 떨어져
연구팀은 주택 구조적 차이로 인한 실내 열 환경의 불안정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단독주택은 모든 면이 외기에 노출되어 있어 실내 온도가 쉽게 떨어지고 변동 폭이 큰 반면 아파트의 경우 이웃 세대에 둘러싸여 있어 열 손실이 적고 온도가 안정적이다.
연구팀은 임대 아파트의 낮은 주거 품질도 문제로 꼽았다. 임대주택 상당수가 단열이 부족한데, 단열 개선에 드는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하지만 그 혜택은 세입자가 보기 때문에 집주인이 투자할 동기가 적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임대주택 중 이중창(이중 유리)이나 복층유리(두 장의 유리 사이에 공기층을 두고 밀봉하여 단열 성능을 높인 것)를 설치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이는 자가주택의 38%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WHO(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인 실내 18°C 이상을 유지하고 단열 성능을 높이면 노인과 남성의 심혈관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8년 발표한 '주거와 건강 지침(Housing and Health Guidelines)'을 통해 뇌졸중과 심장병 같은 심혈관질환이 추운 집에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며 추위에 노출되면 혈압이 상승하는데,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미시오 조교수는 "고품질 주거 환경을 보급하려는 정책은 심혈관 건강을 개선할 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 감소를 통해 기후변화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지구 건강 증진'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영국 의학저널 공중보건(BMJ Public Health)에서 확인할 수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