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아프리카

서울보다 작은 나라가 월드컵에? 카보베르데,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 '기적'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4 08:52

수정 2025.10.14 08:52

월드컵 진출에 환호하는 카보베르데 팬들.연합뉴스
월드컵 진출에 환호하는 카보베르데 팬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마침내 ‘축구의 꿈’을 이뤄냈다. 인구 52만 명, 국토는 서울보다도 작은 나라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것이다.

카보베르데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프라이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에스와티니와의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D조 최종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후반 3분 다일론 리브라멘투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위 윌리 세메두, 스토피라가 차례로 골망을 흔들며 홈 팬들에게 꿈같은 순간을 선물했다.

이 승리로 카보베르데는 7승 2무 1패(승점 23)로 카메룬(승점 19)을 따돌리고 조 1위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가나에 이어 여섯 번째 본선 진출국이다.

이번 진출은 단순한 ‘이변’이 아니다. 세계은행 기준 인구 52만 5천 명의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2018년 러시아 대회의 아이슬란드(당시 33만 명)에 이어 인구가 두 번째로 적다.

국토 면적은 4,033㎢로, 한국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축구 열기만큼은 거대국 못지않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후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카보베르데 선수들.연합뉴스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후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카보베르데 선수들.연합뉴스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뒤 1986년 FIFA에 가입한 카보베르데는 2002 한·일 대회부터 꾸준히 월드컵 예선에 도전했다. 첫 네이션스컵 본선이었던 2013년 대회에서 8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증명했고, 2023년에도 8강 신화를 재현했다.

2000년 FIFA 랭킹 182위에 머물렀던 팀은 2014년 27위까지 치솟았다. 현재 랭킹은 70위로, 인구 14억 명의 중국(94위)보다도 높다.

카보베르데의 대표팀에는 유럽 5대 리그 소속 선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포르투갈·프랑스 등지에서 활약한다. 결승골 주인공 리브라멘투 역시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베로나 소속으로 29경기를 뛰었다. 이번 시즌은 포르투갈 1부 카사 피아 AC에서 임대 중이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복싱 선수 다비드 데 피나가 동메달을 따며 ‘국가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을 때도 카보베르데는 잠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진출은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훨씬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작은 나라가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섰다.
푸른 바다를 닮은 유니폼을 입은 그들의 도전은, ‘축구가 진정으로 모든 나라의 스포츠’임을 증명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