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복합 판막질환 환자, 중등도여도 '중증'으로 관리해야"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4 09:38

수정 2025.10.14 09:23

삼성서울·서울대병원·세브란스 연구팀
대동맥판막 협착이나 역류시 '중증' 관리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동맥판막 협착과 역류가 동시에 있는 ‘복합 판막질환’ 환자는 단순히 중등도 수준이라 하더라도 중증 환자에 버금가는 심장사망 및 심부전 위험을 지닌다는 국내 대형 다기관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김지훈·손지희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구성한 한국다기관판막질환코호트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중등도 대동맥판막 협착과 중등도 역류가 함께 존재하는 환자는 중등도 협착만 있는 환자보다 심장사망 및 심부전 입원 위험이 1.5배(1.4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최근 ‘유럽심장학회 심장영상학 저널(European Heart Journal Cardiovascular Imaging, IF=6.6)’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08~2022년까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에서 모집한 판막질환 환자 4395명을 분석했다.

환자의 중앙 연령은 76세로, △중등도 협착·역류 복합 환자 224명 △중증 협착 환자 1996명 △중등도 협착 단독 환자 2175명으로 나누어 추적했다.

그 결과 복합 환자군은 심부전 입원 및 심장 관련 사망 위험이 중등도 단독군보다 유의하게 높고, 중증 협착 환자군과는 유사한 수준의 예후를 보였다. 특히 고령자와 남성에서 위험이 더 컸다.

이는 중등도 단계의 협착·역류라도 두 병변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중등도 복합질환을 단순 경과 관찰로 둘 것이 아니라, 중증 환자에 준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장의 판막은 피의 흐름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지하는 일종의 ‘문’ 역할을 한다.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의 대동맥판막이 두꺼워져 잘 열리지 않으면 협착, 헐거워져 잘 닫히지 않으면 역류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심장은 과도한 압력을 받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 저하와 호흡곤란, 심부전, 심장사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판막질환 유병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인 심장판막질환 유병률은 2010년 9.89%에서 2023년 17.03%로 약 1.7배 늘었다. 특히 복합 판막질환 환자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의료현장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최근 해외 연구에서도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으로 치환술을 받은 환자 10명 중 1명(13%)은 중등도 역류를 동반했다는 보고가 있어, 복합 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성지 교수(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이미징센터장)는 “한국을 대표하는 3개 병원이 참여한 세계적 수준의 다기관 연구로,
중등도 대동맥판막 복합질환 환자의 예후를 명확히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결과가 향후 판막질환 환자의 조기 치료전략과 임상 가이드라인 마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심장판막질환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에서는 환자 상태에 따라 △판막성형술 △판막치환술 △최소침습판막수술 외에도,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 마이트라클립을 이용한 승모판막성형술(TEER), 경피적승모판막재치환술(TMVR) 등을 시행하며 중증·복합 판막질환 환자 치료의 정밀화를 추진하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