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AI시대 산업안전·직업교육의 전략적 가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4 18:37

수정 2025.10.14 18:37

이철수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이철수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첨단산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은 국가 경제와 산업 혁신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첨단산업은 기술혁신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면서 동시에 산업안전의 새로운 위험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위험은 더 정교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리튬이온전지 화재 사고가 있었다.

국가 핵심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집적된 시설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단순 산업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안전 위험사고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화재 원인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이차전지 단락과 인화성 가스 발생으로 인한 열폭주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내부에서 통제되지 않는 화학반응이 폭발적 화재를 유발하며, 진압 후에도 재발화가 빈번하다. 반도체 산업 역시 초미세 공정을 위한 고압·고열·화학가스 사용이 필수적이어서, 한순간의 관리 소홀만으로도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바이오 산업은 생물학적 위해와 화학적 위험이 동시에 잠재하며, 실험실 안전과 폐기물 관리가 허술할 경우 인명 피해와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첨단산업 현장은 전기·화학·생물·데이터가 복합적으로 얽힌 고위험 복합 시스템으로 전통적 안전 관리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기술 발전이 곧 안전 위험의 고도화를 의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다수 산업재해는 단순한 설비 결함보다 관리와 운용 부실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첨단산업으로 갈수록 더욱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잠복한다는 점이다. 초고압·초미세 공정, 생물학적 실험 환경 등은 현장 인력의 사소한 부주의조차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위험을 예측·진단·차단할 수 있는 전문인재를 길러내는 직업교육이야말로 가장 근본적 해법이자 전략적 투자다. 특히 방폭 안전, 위험물 취급, 첨단 공정의 안전을 아우르는 실습교육은 기술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다. AI 첨단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산업안전·방폭 교육을 결합해 현장 중심의 실질적 역량을 키우고, 이차전지·반도체·바이오 등 산업 전 주기에 필요한 안전교육 시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또 산업 맞춤형 직업교육을 통해 현장의 위험을 예측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전문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공공직업교육의 우선적 책무다. 이는 AI 첨단산업 시대의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국가 전략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기술은 한순간의 사고로 AI 첨단산업 발전을 통해 이룬 모든 성과를 무너뜨릴 수 있다.
첨단산업을 움직이는 기술·안전·직업교육은 세 개의 톱니바퀴와 같다. 한 개의 톱니라도 헛돌면 산업혁신의 수레바퀴는 멈춘다.
한국폴리텍대학이 선도하는 직업교육은 그 톱니를 정밀하게 맞물리게 하여,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최후의 방파제가 될 것이다.

이철수 한국폴리텍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