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도인들도 "가전은 LG"… 印증시 상장 첫날 50% 급등

김준석 기자,

프라갸 아와사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4 18:57

수정 2025.10.14 19:18

LG전자, 印증시 화려한 데뷔
현지 3공장 세워 생산능력 높여
올 순익 3500억 넘긴 ‘효자 업장’
‘저가 공세’ 중국과 경쟁서 우위에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왼쪽 다섯번째)와 아시시 차우한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SE) CEO(왼쪽 여섯번째)가 14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NSE에서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을 축하하는 타종 행사를 한 뒤 주요 인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 CEO는 "인도는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거점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제공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왼쪽 다섯번째)와 아시시 차우한 인도 국립증권거래소(NSE) CEO(왼쪽 여섯번째)가 14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NSE에서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을 축하하는 타종 행사를 한 뒤 주요 인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 CEO는 "인도는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거점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제공
인도인들도 "가전은 LG"… 印증시 상장 첫날 50% 급등
【파이낸셜뉴스 뉴델리(인도)·하노이(베트남)=프라갸 아와사티 통신원·김준석 특파원】 "LG는 진짜 오래 쓰는 브랜드입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고장 걱정이 없어요."

본지가 13일 인도 뉴델리의 한 대형 가전매장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프레르나씨는 세탁기를 고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매장 판매원 샤르마씨는 "인도 소비자들은 가전 구매 시 '애프터 서비스(AS)가 되는가'를 가장 먼저 따져본다"면서 "중국산 가전은 수리 시 해당 부품이 없고, AS센터와의 연락이 안 돼 소비자들이 비싸도 LG전자 가전을 찾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도에서 '신뢰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LG전자가 14일 인도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LG전자는 인도를 '글로벌 사우스' 공략의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의 인도 증시 상장은 현대자동차에 이어 한국 대기업으로는 두 번째다. 조달금액만 13억달러(약 1조8350억원)의 대형 기업공개(IPO)로, 인도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역대급 청약"이라는 평가가 쏟아진 바 있다.

■공모가 대비 50% 상승 출발

LG전자 인도법인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50% 높은 1715루피(약 2만7628원)로 출발하며 단숨에 뭄바이증권거래소(BSE) 상장 기업 가운데 82번째 시가총액 상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장 시작과 함께 1조1600억루피(약 18조6876억원)의 시총을 기록했다. 이는 모회사인 LG전자 시총 12조원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청약에서 LG 인도법인 IPO는 첫날 100% 이상을 소화했다. 주당 공모가는 1080~1140루피(약 1만7000~1만8000원)로 제시됐으며, 총 7130만 주 모집에 4조4300억루피(약 70조8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종 경쟁률은 54대 1로, 지난 2008년 릴라이언스파워 이후 17년 만의 기록적 흥행이다.

LG전자는 이번 IPO에서 지분 15%(1억181만주)를 기존 주주인 본사가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신주 발행이 없는 '오퍼 포 세일(Offer for Sale)' 구조로, 이번 매각으로 LG전자 본사는 약 1조8350억원의 현금을 얻게 된다. 이는 2·4분기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인도법인 장부가액(약 3117억원) 대비 약 40배에 달하는 평가이익이다.

현지 증권가에서는 LG전자 인도법인에 대해 매수 의견을 냈다. 현지 유명 증권사 모틸랄 오스왈은 "인도의 가전제품 및 소비자 가전 시장(휴대폰 제외)은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약 14%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제품군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한 LG전자 인도법인은 이러한 성장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순이익 전년比 45% 급증

LG전자는 이번 상장으로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기존 노이다, 푸네에 이어 지난 6월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인도 3공장을 착공하면서 인도 내 생산능력을 키웠다. LG전자는 현지에서 28년간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도 특화 라인업, 생산·서비스·R&D 인프라 강화 등을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가전업계가 최근 미국 관세 부담과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LG전자 인도법인은 두드러진 실적 상승세를 보여주며 효자 사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2025 회계연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45.8% 급증한 220억3350만루피(약 3523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동기 대비 14.1% 증가한 2436억6640만루피(약 3조8962억원)로 집계됐다. 제품별로는 냉장고 부문이 전체 매출의 27.5%를 차지했으며 에어컨(21.6%), 세탁기(20.7%), TV(20.2%)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인도 현지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시장은 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이 경제 침체로 둔화되는 가운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 가전 업계의 주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는 세계 2위 인구(14억명)를 보유하고 있지만, 가전 보급률은 유독 낮은 편이다. 에어컨 보급률은 10%, 세탁기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1인당 국민총생산(GDP) 내년 3000달러(약 428만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10년간 중산층 소비력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소비자 "LG, 로컬 글로벌 브랜드"

LG전자는 인도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비롯해 성장 지역에서 중국 가전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저가 공세를 이어가며 K가전을 위협하는 것과 달리 인도에서의 삼성·LG 가전에 대한 신뢰는 공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와 중국이 국경 분쟁을 비롯해 국민 감정이 안 좋은 점도 LG전자에게는 기회로 꼽힌다.

인도 현지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입을 모아 "LG는 오래가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직장인 데비카씨는 "냉장고와 세탁기, 전자레인지를 모두 LG 제품으로 쓴다"면서 "제품이 워낙 튼튼해 다시 사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고객 푸니트씨는 "중국산 가전은 AS를 받기 어렵다"며 "LG는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판매점 관계자는 "LG는 외국 브랜드가 아니라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로컬 글로벌 브랜드'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지화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대는 소비자들에게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부인 리티카씨는 "워낙 유명해서 LG 에어컨을 고가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다른 점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