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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 '전략적동반자관계' 신뢰 기반해야 더 단단해질 것" [fn이사람]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4 19:28

수정 2025.10.14 19:28

응우옌푸빈 초대 주한 베트남 대사
양국 경제 협력 기틀 다진 인물
"과거 잊지 않되 조건 삼지 말아야"
베트남 외교정책 덕에 관계 발전
韓 기업·정치 꾸준한 관심도 한몫
응우옌푸빈 초대 주한 베트남 대사. 사진=김준석 특파원
응우옌푸빈 초대 주한 베트남 대사. 사진=김준석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하노이=김준석 특파원】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갖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은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했고, 한국은 베트남의 인력과 자원을 원했죠. 협력은 필연적 결과였습니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응우옌푸빈 초대 주한 베트남 대사(사진)는 한·베 양국 관계의 발전을 "예상보다 훨씬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1973년 주북한 베트남 대사관에서 근무하며 한반도와 처음 인연을 맺은 빈 전 대사는 1992년 수교 직후 한국의 초대 대사로 부임, 양국 관계의 초석을 다졌다. 빈 전 대사는 재임 중 경제·과학기술, 무역·항공, 이중과세 방지, 문화·해양운수 협정 등을 이끌며 한·베 관계의 기반을 세웠다.

이후 외교부 차관과 주일본 대사를 거쳐 은퇴했다. 2022년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출범한 한베 현인그룹 멤버이며, 베트남 외교부 내 코리안스쿨의 대부다.

빈 전 대사는 "수교 당시만 해도 베트남 외교부 안에서는 한국과 협력이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며 "하지만 도이머이(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던 베트남과 북방외교를 펼치던 한국은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졌다"고 회상했다. 빈 전 대사는 "지금은 한베 양국 관계가 30년 전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관계로 발전해 진정한 동반자 관계가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빈 전 대사는 한국 정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한 관심과 신뢰를 구축하면서 오늘의 협력을 가능케 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에 대해서는 "과거엔 대우가, 지금은 삼성이 베트남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 김우중 회장은 베트남을 진심으로 이해한 인물이었고, 고 이건희 회장은 베트남의 미래를 정확히 내다본 분"이라고 말했다. 빈 전 대사는 삼성의 투자가 지금 베트남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베트남 경제의 중추가 된 점을 언급했다.

사실 한국과 베트남은 한때 짧지만 총부리를 겨누던 관계였다. 그러나 그런 관계가 최상위 파트너십인 포괄적전략적동반자관계(CSP)로 발전한 것은 베트남 외교정책이 성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빈 전 대사는 "과거는 잊지 않되 조건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베트남 외교철학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베트남은 전쟁을 치렀던 다른 나라들과도 협력해왔다"면서 "원한을 지우지 않으면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은 체제와 문화가 달랐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신뢰를 쌓아왔다"면서 "신뢰의 기반이 앞으로도 양국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 베트남대사 부임 기간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묻자 빈 전 대사는 "조찬모임"이라고 답했다. 빈 대사는 조찬모임 등에서 베트남에 대해 소개하며 한국 사회가 베트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처음엔 군 장성 출신 등이 베트남전쟁의 기억을 바탕으로 날 선 질문들을 했지만,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