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R&D 지원은 중소벤처기업 생명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4 19:44

수정 2025.10.14 19:43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R&D)예산을 감축한 여파가 오래 남아 있다. 2024년 R&D예산은 전년 대비 14.7% 감소한 26조5000억원으로 책정되었다.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R&D 국가 예산이 감소한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R&D예산 삭감으로 치명적 타격을 받은 분야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의 2024년도 R&D 지원액은 전년보다 22% 감소한 1조3853억원이다.

전체 감소율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으니 중소기업 홀대가 R&D예산 배정에서도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R&D 지원사업 유형은 16개에서 4개로 대폭 축소됐다. 지원과제는 2023년 5033건에서 2024년 3956건으로 1000건 이상 감소했다. 올해는 1612건(8월 기준)에 그쳐 중소기업의 R&D 노력은 빈사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구 현장에 미친 피해는 더 치명적이다. 다년도 과제의 경우 중도에 지원금이 감액되거나 취소되어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기도 하였다. 대형 국책과제에 참여한 일부 벤처기업은 과거 연구비 지출을 엄격히 감사받아 몇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추징당한 사례도 있다. 연구비를 유용하는 '이권 카르텔'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과욕에 세무조사처럼 연구비 감사를 이행한 것이다.

R&D 지원금은 중소기업에 중요한 자금줄이다. 중소기업은 영업을 통해 자체적으로 매출을 올려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중소기업이 매출을 유지하고 성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침체나 재난 시기에 매출이 급감하면 현상 유지도 힘들다. 매출이 감소해 자금난에 빠지면 은행 융자를 받기가 어렵고, 투자는 더욱 요원하다. 이럴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R&D 지원금이다. 금액이 많지 않아도 재량껏 혁신기술 개발에 투입할 수 있고 상환이나 지분 부담도 없다.

벤처기업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매출이 미약하거나 이익을 내지 못하는 벤처기업은 외부 자금을 끌어모을 형편이 못 된다. 특히 혁신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은 항상 자금에 목말라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에 전념하게 해주는 R&D 지원금은 마중물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자금 사정이 악화한 중소벤처기업에 R&D 지원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연구인력이다. 어려운 시기에 고급 연구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유지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R&D 지원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R&D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니 물에 빠진 중소기업의 구명줄을 거둬들인 셈이다.

지금 정부는 내년도 중소기업 R&D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2조2000억원으로 편성하고자 한다.
R&D예산 증액은 긍정적이지만, 황폐해진 중소기업의 연구역량이 예산 투입만으로 회복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확대한 R&D예산을 '돈이 되는 R&D'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바뀌어도 가시적 성과만 따지는 엘리트 관료주의적 접근은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