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한국에 제언
추격자들과 경쟁할 때 혁신 유발돼
추격자들과 경쟁할 때 혁신 유발돼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될 만큼 한국이 고도성장의 기적을 이룬 건 맞다. 그러나 모키어 교수의 극찬에도 안심되지 않는 것은 우리 경제의 여러 문제점들 때문이다.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한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걱정할 만큼 저성장 늪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평가기관들은 올해와 내년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때마다 우리나라만 평균보다 낮게 예상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성장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자평하는 데는 혁신력 저하, 저출산 문제 등의 이유와 배경이 있다. 노벨상 공동수상자인 피터 하윗 브라운대 명예교수의 경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윗 교수는 경쟁이 없는 독점적 시장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예전에 혁신을 했던 기업들도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다 보면 무너지고 만다는 주장이다. 혁신을 계속할 유인은 시장 리더가 추격자들에게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할 때 생긴다는 것이다. 지배자로서의 안주가 아니라 끊임없는 경쟁이 진정한 혁신을 만든다는 말이다.
하윗 교수는 한국이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독점을 규제하고 경쟁적 시장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윗이 평소 갖고 있는 생각을 한국 상황에 대입한 말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의 문제를 현실에의 안주로 본 것인데, 정확한 분석이라고 본다.
특히 현실에 안주함으로써 경쟁력을 잃어가는 전통산업이 신흥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기존 산업이 기득권을 앞세워 변화를 거부하는 순간, 한국 경제는 혁신의 엔진을 잃고 만다. 이것이 바로 저성장 늪에 빠지는 메커니즘이다.
더 발전한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선택지는 분명하다. 모키어의 말처럼 국경을 개방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활용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강의 기적'을 되살리면 된다. 동시에 하윗의 경고처럼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경쟁과 혁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로 돌입하고 미중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칭찬에 기뻐할 때가 아니다. 초격차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구조개혁의 고통을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 열린 경쟁과 실력 향상이 강자로 남는 조건이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조언이 무겁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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