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위 SSG 꺾고 한화 이글스와 18년만에 자웅
디아즈, 역전 투런포... 준PO MVP
디아즈, 역전 투런포... 준PO MVP
[파이낸셜뉴스] 대구의 밤하늘을 갈랐던 한 방, 그것이 모든 것을 바꿨다.
르윈 디아즈의 시속 126km 체인지업을 받아친 비거리 122m짜리 투런 홈런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뒤흔든 순간,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 야구는 한 단계 더 위로 날아올랐다.
8회말 2사 1루, 균형이 깨지지 않던 긴장감의 순간이었다. SSG의 이로운이 던진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몰렸고, 디아즈는 그 한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간 타구 궤적은 ‘홈런왕의 귀환’을 알리는 듯 했다.
무표정하던 디아즈가 홈으로 들어오며 주먹을 불끈 쥐자, 대구의 관중석은 폭발했다. 홈런과 함께 쏟아진 함성은 단순한 ‘승리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건 ‘삼성이 돌아왔다’는 선언이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디아즈는 16타수 6안타, 타율 0.375에 6타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해결사로 자리 잡았다. 기자단 투표에서도 75표 중 42표를 쓸어 담으며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던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는 이날 완벽히 달랐다. 7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완벽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9회말 구원 등판의 악몽을 완전히 지워낸 후라도는 포효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비록 승리는 물거품이 됐지만, 그의 7이닝은 ‘삼성의 가을 DNA’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김광현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5이닝 동안 단 1피안타만 허용하며 노련미를 뽐냈다. 하지만 3회 강민호·전병우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뒤 김지찬의 절묘한 중전 안타로 실점했다.
이 장면은 두 투수의 대결을 가른 분수령이었다. 김광현의 완벽함을 깨뜨린 것은 ‘삼성의 끈기’였다.
후라도가 내려간 뒤 불펜진은 한때 흔들렸다. 하지만 신예 배찬승이 위기 속에서 에레디아와 한유섬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분위기를 끊었다. 9회에는 ‘가을의 사나이’ 김재윤이 나섰다. 1이닝 2탈삼진 퍼펙트 세이브—이번 시리즈 3번째이자 통산 준PO 최다 세이브 신기록이었다.
경기 종료 후, 삼성 선수단은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겠습니다’ 현수막을 들고 팬들 앞에 섰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맞붙게 될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디아즈의 한 방이 만든 희망의 불씨다. 그리고 이제 그 불길은 대전으로 향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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