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첫 내한 기자회견
[파이낸셜뉴스] 영화와 드라마 통틀어 넷플릭스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 루미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OST ‘골든’을 작곡·가창한 이재가 1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첫 내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동안 트와이스, 르세라핌 등 K팝 그룹 노래를 작곡해온 그는 '골든'으로 빌보드 핫100 8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의 주역이 됐다.
그는 "실감이 안 난다.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2개월전만 해도 그저 작곡가였는데 갑자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줘서 매우 낯설고 신기하다.
좌절을 성장의 과정으로 "엄마가 말씀했죠, 말이 씨가 된다"고
이재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서 10년의 시간을 보내고 가수 데뷔를 포기한 채 미국으로 돌아갔던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후 작곡가로 전향했고, 이번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목소리 연기자로 캐스팅되면서 10대 시절 못다 이룬 꿈을 우회적으로 이루게 됐다.
“그때는 많이 실망하고 절망했죠.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제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어릴 때 많이 상처받았지만, 성장은 결국 상처를 통해 이뤄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K팝 연습생은 매일매일 경쟁과 매서운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자신의 단점을 지적받고, 또 거절당하는 게 일상인 셈.
그는 “많이 거절당했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때가 있다고 생각했고, 떨어져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고 당시를 소중하게 떠올렸다.
이재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실패의 경험을 성장의 순간으로 전환하는데 있어 어머니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엄마가 늘 ‘말이 씨가 된다’고 하셨어요.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안 되고, ‘할 수 있다’고 해야 가능해진다고요. 그 말을 믿었어요. 스스로를 설득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음악이 자신을 다시 일으킨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연희동에서 살았는데, 홍대 카페까지 걸어 다녔어요. 그곳에서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비트를 만들었죠. 내 안의 무엇을 표현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결국 음악이 저를 구했죠.”
사랑하는 가족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움을 청한 것도 좌절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다. '케데헌'에서 루미는 자신의 비밀을 동료들에게 숨겼지만, 이재는 그러지 않은 셈이다.
“노래도 연기”…외할아버지 신영균의 삶의 자세에 영감 얻어
이재의 외할아버지는 1960~70년대 한국영화계를 주름잡았던 배우 신영균이다. 그는 외할아버지에게서 ‘예술가로서의 태도’를 배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항상 ‘노래도 연기다’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노래할 때 가사에 몰입해야 듣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죠. 지금도 더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시죠. 할아버지가 고생 끝에 자신의 자리를 얻었는데, 그런 삶의 태도가 늘 제게 영감이 됐습니다.”
이재는 이제 작곡가에서 가수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다. 오는 24일 신곡 발표를 앞뒀다. 그런 그에게 가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이재는 “리젝션 이즈 리디렉션(Rejection is redirection)”이라고 답했다. “거절은 끝이 아니라 방향을 새로 잡게 하는 기회예요. 이유가 있으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요.” 이어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기회라도 자신의 100%를 쏟아야 다음 문이 열려요." 그는 자신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를 맡게 된 것도 “작은 기회에 진심을 다한 결과”라며 “노력은 반드시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