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한국인 부부 주도 캄보디아 범죄조직 철저한 분업으로 수사망 피해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5 15:22

수정 2025.10.15 15:21

관리팀. 범죄수행팀으로 역할 분담
국내 20~30대 꾀어내는 모집팀 별도 운영
조직 운영비는 중국인 투자 자금으로 파악돼
캄보디아 한국인 로맨스 스캠 범죄조직 조직도. 울산경찰청 제공
캄보디아 한국인 로맨스 스캠 범죄조직 조직도. 울산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경찰청이 캄보디아 기반 120억원대 '로맨스 스캠' 사건을 수사한 결과 현지 한국인 범죄조직이 철저한 분업을 통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으며 분업화된 모집팀이 국내 포섭과 감금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30대 한국인 부부가 주도한 이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범죄 조직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가상 인물을 만들어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채팅앱을 통해 무작위로 말을 건 후 매일 연락하면서 마치 연인이 된 것처럼 행세했다.

이후 재력을 과시하면서 투자 관련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 후 투자를 유도해 돈을 뜯어내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범행 수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이들은 피해자들을 속이고 가로챈 돈을 빼돌리기 위해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범행을 주도한 30대 한국인 부부는 우선,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캄보디아 현지에 건물 여러 개를 통째로 빌려 본부를 마련한 후 대포폰 수천 대와 컴퓨터 등을 구비했다.



수하들은 관리팀과 범죄수행팀으로 나눴다. 관리팀은 다시 2개 팀, 범죄수행팀은 6개 팀으로 세분화해 운영했다.

범죄 기획과 직원 교육·관리(관리총책), 유튜브 콘텐츠 제작과 투자 제안, 피해금 송금 유도(특수팀), 유튜브 채널 댓글·조회수 조작(화력팀), 딥페이크 인물을 이용한 투자 유도(TM팀), 채팅을 활용한 연인 빙자(채터), 범죄수익금 세탁용 통장 모집(장집), 범죄 수익금을 대포통장이나 가상화폐로 환전(자금 세탁책) 등 역할을 치밀하게 나눠 맡았다.

본부를 중심으로 현지 여러 도시에 분업을 위한 아지트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자금세탁팀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의 '태자 단지', 콜센터는 보레이에 두었다. 조직원 모집팀은 프놈펜에 따로 사무실을 차려 주고 성과에 따라 수익금을 나눠줬다.

조직원 모집팀은 "캄보디아에 가면 큰돈을 번다"라며 국내 20~30대들을 포섭했다. 포섭된 이들은 캄보디아에 도착 후 여권을 빼앗기고 콜센터 상담원 역할을 교육받았다.

자금 세탁팀은 국내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기도 했다. 이들 조직폭력배는 한국과 캄보디아에 오가면서 범죄수익금 등을 가상화폐 등으로 환전한 후 수수료 10%를 챙기고 다시 조직 상부에 송금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로맨스 스캠 조직을 포함한 각종 범죄단체에 180억원 규모의 자금 세탁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부부가 조직을 운영하고 범행을 주도하지만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중국인이 투자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한국인 부부의 동업자로 알려진 중국인이 운영사무실로 쓰는 건물 임차비와 조직 운영비 등을 제공하고, 수익을 투자금 회수 형식으로 챙기는 것으로 파악했다.

울산경찰청 반부폐수사대 고일한 경감이 지난 4월 30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인 부부가 총책인 캄보디아 로맨스 스캠 범죄단체 조질원 검거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경찰청 반부폐수사대 고일한 경감이 지난 4월 30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인 부부가 총책인 캄보디아 로맨스 스캠 범죄단체 조질원 검거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경찰청은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자금 세탁 조직폭력배, 관리책, 콜센터 업무 총괄자 등 54명을 검거해 34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현지에 있는 한국인 총책 부부와 공범 등 28명에 대해 적색수배와 체포영장 발부 등 조치했다.

다만, 송환 절차가 지연되면서 한국인 총책 부부는 캄보디아 당국에 검거·구금됐다가 풀려나기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2월 초 붙잡혔다가 석방됐고, 7월 이후 재검거됐다가 풀려났으나 최근 다시 현지 당국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캄보디아 당국은 석방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고일한 팀장은 "조직원들끼리는 검거에 대비해 서로 가명을 쓰면서 철저히 신분을 숨겼다"라며 "현지에 있는 조직원들까지 검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