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30대 한국인 부부가 주도한 이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범죄조직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가상 인물을 만들어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채팅앱을 통해 무작위로 말을 건 뒤 매일 연락하면서 마치 연인이 된 것처럼 행세했다.
이후 재력을 과시하면서 투자 관련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 뒤 투자를 유도해 돈을 뜯어내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범행 수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이들은 피해자들을 속이고 가로챈 돈을 빼돌리기 위해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범행을 주도한 30대 한국인 부부는 우선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캄보디아 현지에 건물 여러 개를 통째로 빌려 본부를 마련한 뒤 대포폰 수천 대와 컴퓨터 등을 구비했다.
수하들은 관리팀과 범죄수행팀으로 나눴다. 관리팀은 다시 2개 팀, 범죄수행팀은 6개 팀으로 세분화해 운영했다.
범죄 기획과 직원 교육·관리(관리총책), 유튜브 콘텐츠 제작과 투자 제안, 피해금 송금 유도(특수팀), 유튜브 채널 댓글·조회수 조작(화력팀), 딥페이크 인물을 이용한 투자 유도(TM팀), 채팅을 활용한 연인 빙자(채터), 범죄수익금 세탁용 통장 모집(장집), 범죄 수익금을 대포통장이나 가상화폐로 환전(자금 세탁책) 등 역할을 치밀하게 나눠 맡았다.
본부를 중심으로 현지 여러 도시에 분업을 위한 아지트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자금세탁팀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의 '태자 단지', 콜센터는 보레이에 뒀다. 조직원 모집팀은 프놈펜에 따로 사무실을 차려 주고 성과에 따라 수익금을 나눠줬다.
조직원 모집팀은 "캄보디아에 가면 큰돈을 번다"며 국내 20∼30대들을 포섭했다. 포섭된 이들은 캄보디아에 도착한 뒤 여권을 빼앗기고 콜센터 상담원 역할을 교육받았다.
자금 세탁팀은 국내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기도 했다. 이들 조직폭력배는 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면서 범죄수익금 등을 가상화폐 등으로 환전한 뒤 수수료 10%를 챙기고 다시 조직 상부에 송금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로맨스 스캠 조직을 포함한 각종 범죄단체에 180억원 규모의 자금 세탁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부부가 조직을 운영하고 범행을 주도하지만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중국인이 투자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한국인 부부의 동업자로 알려진 중국인이 운영사무실로 쓰는 건물 임차비와 조직 운영비 등을 제공하고, 수익을 투자금 회수 형식으로 챙기는 것으로 파악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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