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베개 촉감을 미니어처로 직접 만져보며 비교할 수 있어서 좋아요."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수면'을 키워드로 매트리스나 침구류뿐 아니라 스프레이, 디퓨저, 슬립마스크(눈 가리개)까지 선보인 리빙·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식스티세컨즈(60SECONDS)' 부스에는 각기 다른 촉감의 베개를 직접 만져보는 손길이 분주했다. 침구류 브랜드 '프람(FRAM)' 부스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녹여낸 색색의 구슬과 띠로 키링을 만드는 체험이 한창이었다.
동대문 한복판에 거대한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 들어섰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편집숍 29CM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DDP디자인페어'는 가장 대표적인 한국형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콘셉트로, K라이프스타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주제로 대중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2019년부터 매년 개최한 DDP디자인페어는 국내 최대 디자인·리빙 전시회로, 올해는 '화려함·휴식·미식·실용성' 등 MZ세대의 '취향 소비'를 자극하는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됐다. 과거 산업재 중심이었던 전시가 점차 '취향 산업'으로 확장되는 추세도 반영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홈퍼니싱(집 꾸미기) 시장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10조원대에서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1인 가구 증가와 1인당 국민소득 확대에 따라 커진 '집 꾸미기' 수요가 성장을 견인했다.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유통업계도 '공간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가구나 소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션하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흐름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공개(IPO)를 앞둔 무신사 역시 리빙·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는 패션을 넘어 리빙, 키친, 문구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살고 싶은 공간'을 제안하는 편집숍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지난 4월 문구 중심의 '인벤타리오: 2025 문구페어'를 시작으로 이번 DDP디자인페어까지 연이어 오프라인 행사를 이어가며 브랜드 경험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성수동에 89평(294㎡) 규모로 문을 연 '이구홈 성수(29CM HOME)'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온라인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다. 최근에는 K콘텐츠와 K패션을 넘어 K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K팝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된 K웨이브가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K라이프스타일은 디자인·패션·콘텐츠를 아우르는 새로운 소비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며 "국내 브랜드가 이런 흐름에 맞춰 제품을 넘어 경험과 공간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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