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설 80년을 맞는 유엔은 예일대의 저명한 역사학자 폴 케네디 교수가 저술한 저서의 제목대로 '인류의 의회'로 불릴 만큼-193개의 회원국이 참여하는-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연합체이다. 해마다 9월 뉴욕에서 개최되는 유엔총회는 세계 각국 정상이 모여 기조연설을 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한 양자·다자외교의 장이 펼쳐지기도 하며 안보와 평화, 경제, 행정 등 인류의 모든 당면 현안을 다루는 가장 영향력 있는 모임이다.
세계 최대의 우주전문가 단체인 국제우주연맹(IAF)에서 주관하는 '국제우주대회(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IAC)'는 유엔 못지않은 내력으로 올해로 76회째를 맞아 9월 말부터 1주일간 호주 시드니에서 7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81개국 563개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만큼 세계 최대의 '우주인류의 의회'로 불릴 만하다. 위성에서부터 수송, 탐사, 안보 및 감시, 정책, 법, 교육에 이르는 우주 관련 주제발표와 토론, 세계 굴지의 우주기업들과 국가 우주기관들의 수백개에 달하는 전시관을 통해 우주분야의 성과와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1950년 첫 번째 IAC는 8개국 20명의 우주전문가가 우주과학 협력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모인 소박한 행사로 출발하였다.
공교롭게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날로부터 이틀 후인 1957년 10월 6일, 통신위성의 원리를 최초로 제안한 아서 클라크를 비롯한 당대의 저명 우주전문가들이 참여한 8회 대회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련 과학자 레오니드 세도프가 스푸트니크 발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함으로써 IAC는 우주시대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 되었다. 202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IAC에서는 대한민국 우주청장이 세계 우주 정상들과 나란히 무대에 올라 토론에 참여함으로써 높아진 국격을 실감케 한 바 있다.
올해는 20여개의 국내 우주기업이 우주항공청(KASA) 주도하에 한국관 내 또는 별도의 전시부스를 마련하여 뉴스페이스를 적극 소개했다. 반면 대형 우주사업과 국내 시총을 이끌고 있는 우주관련 일부 대기업들은 부스조차 내지 않는 무관심을 보여 대비가 되었다.
필자는 지난 2008년 대전 IAC 이후 10년 이상 참여해왔다. IAC에는 아직까지 한국인이 상을 받거나 대회 유치를 계기로 배정된 부회장직 외에 협회장이나 30개 이상의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매년 수십개가 진행되는 플레너리 세션에 기조연설자나 패널로 초대되어 참가하는 사례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체 전시부스 500여개 중 한국의 독립부스는 10여개, 전체 7400여명의 참가자 중 한국인은 250여명, 563개 회원기관 중 한국은 12개. 이것이 세계 우주강국 7위를 내세우고 5대 우주강국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다소 괴리감이 있는 우주외교 무대의 초라한 성적표이다. 매년 수백명씩 대표단을 보내며 3명의 회장을 배출한 일본과 전시부스의 베스트 디자인을 받을 만큼 IAC 참여에 진심인 아랍에미리트의 우주외교를 배워야 한다.
주광혁 연세대 인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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