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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한미일 기업인 대화 개최, 무역갈등 출구로 활용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5 18:44

수정 2025.10.15 18:44

도쿄 '3회 경제대화'서 백여명 회동
상호 기술협력 논의, 정부도 도와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5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5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3회 한미일 경제대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해 퀄컴, 페덱스 등 주요 기업이 왔고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 도요타그룹 등이 참여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3국의 정·재계 인사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이번 행사는 미중 갈등이 확대되고 북중러가 군사적으로 밀착하면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열렸다. 각국 기업인들이 글로벌 협력이라는 원론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IT, 통신, 에너지 등 광범위한 분야의 리스크와 상호이익 확대 방안을 세밀하게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정치·외교적 변수로 고통받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은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 격인 한화오션을 제재했다. 이에 앞서 중국이 첨단산업의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 수출을 통제함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보게 됐다. 미국의 25%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일 기업인들의 회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술협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수소와 로봇 분야에서 협업 중인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은 향후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부품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미국·일본 재계와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 개별 기업이 모든 분야에서 독자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유사한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의 기업 간 연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어려움이 개별 기업을 넘어 경제구조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3국 간 경제대화를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구조적 협력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한미일 기술협력을 제도화하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도체·배터리·AI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펀드를 조성하거나 인력 교류를 넓히는 등 실제 성과를 낼 로드맵이 요구된다.

신냉전이 심화할수록 공급망 단절과 기술 블록화가 가속화하고, 이는 경제의 활로를 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정부는 경제대화를 면밀히 분석해 신냉전 구도를 극복할 출구전략을 구상하기 바란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 내 연대를 강화하면서도 이념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전략적 유연성이야말로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