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월급 드려요' 고령층 대포통장 유도...보이스피싱 1228억 세탁 조직 덜미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6 12:57

수정 2025.10.16 12:56

고령층에 수당 주고 유령법인 명의 악용
총책 일가·명의자 포함 31명 검거

부자관계인 A씨와 B씨는 국내에서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하고 A씨의 동생인 C씨는 해외에 체류하며 보이스피싱 조직과 접촉을 이어갔다. 서울경찰청 제공
부자관계인 A씨와 B씨는 국내에서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하고 A씨의 동생인 C씨는 해외에 체류하며 보이스피싱 조직과 접촉을 이어갔다. 서울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수입이 없는 고령층을 모집해 유령법인을 세우고 보이스피싱 피해금 1228억원을 세탁한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범죄집단조직, 전자금융거래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일당 31명을 검거하고, 이 중 총책 A(60대)씨와 아들 B(30대)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며 생계가 어려운 고령층을 모집해 114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485개의 대포계좌를 개설했다.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223건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해당 계좌로 이체받아 현금과 달러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조직은 총책·중간책·명의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운영됐다.

A씨는 국내 유통 경로를 총괄했고, B씨는 법인 설립 및 계좌관리 실무를 맡았다. A씨의 동생이자 필리핀에 체류 중인 해외총책 C씨는 자금세탁 전체 흐름을 지휘했다. 경찰은 C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및 은색수배를 발부받고 국제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고령층을 속이기 위해 "매달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접근했고, 실제로 법인 명의자들에게 150만~200만원의 수당과 명절상여금을 지급했다. 명의자들 역시 지인을 소개하거나 "법인만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며 범죄에 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직원들이 계좌 지급정지나 출석 요구를 받는 상황에 대비해 '거짓 진술 시나리오'까지 준비해 전달한 정황도 확인했다. 조사 도중 해외에서 텔레그램·인터넷 전화로 명의자에게 실시간 지침을 내리는 등 수사를 교란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조직원 간 연락은 법인 명의 휴대전화만 사용하고, 이동 시 법인 차량을 이용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2억8000만원 상당의 현금·수표·귀금속 등을 압수하고, 범죄수익금 34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대포계좌에 남아 있는 42억원에 대해서는 몰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제안받아 허위 법인을 설립하거나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