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향한 부정 인식 확산…혐오로 번져
교민뿐 아니라 국내 거주 캄보디아인 타깃
"특정 국가 혐오는 일반화 오류, 경계해야"
교민뿐 아니라 국내 거주 캄보디아인 타깃
"특정 국가 혐오는 일반화 오류, 경계해야"
[파이낸셜뉴스] "캄보디아가 무조건 나쁜 나라는 아니에요. 시민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한국에서 7년째 거주 중인 캄보디아인 A(30)씨는 "범죄는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가짜뉴스와 악성 댓글 때문에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한국은 너무 좋은 나라이고 아름다운 곳인데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캄보디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캄보디아를 비난하는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혐오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은 성숙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캄보디아에 절대 가지 않겠다", "거기는 위험한 나라다"라는 등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노모씨(32)는 "캄보디아가 앙코르와트로 유명해 한 번쯤 가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며 "현지 치안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유모씨(41)도 "최근 사건들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비단 캄보디아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캄보디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혐오 여론도 들끓고 있다.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에 대해 "스파이가 있다", "교민도 한패다"라는 식의 근거없는 비난이 이어지고, 캄보디아 전체를 향해서도 "범죄국가다", "캄보디아인 전부 추방해야 한다"와 같은 과격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무분별한 비난에 현지인의 상처는 깊어지고 있다. 캄보디아에 오랜 기간 거주하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한국인 B씨는 최근 쏟아지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채널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B씨는 "캄보디아 이슈에 대한 혐오가 교민과 현지인, 채널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돼 무분별한 댓글이 달리고 있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현지 유튜버 C씨 역시 악성 댓글로 인한 일반 영상 게시를 중단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에서 5년째 살고 있는 캄보디아인 D씨(37)는 "이번 사건으로 캄보디아 전체가 위험한 나라로 이야기되고 있어 한국에 사는 많은 캄보디아인이 큰 불안과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캄보디아인들 모두 한국을 좋아하고 이곳에서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데 차별을 경험하게 되는 건 정말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혐오 여론이 확산될수록 사회 갈등이 심화되고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미국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벌인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당시 현지 한국인들이 큰 위협과 두려움을 느꼈다"며 "소수의 캄보디아인이 저지른 범죄를 이유로 성실히 살아가는 다수의 캄보디아인까지 혐오하는 건 '일반화의 오류'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사태의 원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혐오라는 극단적 감정이 확산되지 않도록 이번 사태의 진상을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국가나 국민 전체에 대한 막연한 혐오를 자제하고, 시간을 두고 사실관계를 지켜보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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