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국회는 정쟁 멈추고 기업들 하소연에 귀기울이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6 18:46

수정 2025.10.16 18:46

상의, 30개 입법과제 처리를 촉구
돕지는 못할지언정 발목 잡아서야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공회의소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지원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 조성 등 30개 입법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특히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발의한 반도체산업 지원법과 벤처투자법 등 14개는 여야 이견이 없는 공통 관심사로 늦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꼽은 과제들은 하나같이 시급성을 요하는 것이다. 반도체 지원법안은 9개가 계류 중인데 대통령 직속 반도체특별위원회 설치, 인프라 신속 구축, 연구개발 전문인력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제외 등에 관한 것이다. AI와 관련해서도 AI 데이터센터 세제지원 확대 및 전력·용수 지원, AI 인력 육성책 마련 등 지원법안이 있다.



반도체와 AI 관련 법안은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다. 견해 차이가 있어 논의 과정이 더 필요한 법안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국회가 더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

이번 정기국회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여야의 충돌이 극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전한 비판과 대결은 국가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듯한 여야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과거에 '동물국회'니 '식물국회'니 하는 비아냥을 국회가 받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도 더하면 더했지 나아진 것이 전혀 없다.

이런 극심한 대립 속에서 정작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큰 틀에서 합의된 법안만이라도 마무리 과정을 거쳐 통과시켜야 하는데도 머리를 맞대고 앉을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 것이다. 말로는 민생과 경제를 돌보겠다고 하면서 쌈박질을 하느라 화급한 법안들조차도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기업들로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재계가 입법이나 규제완화 등과 관련된 건의나 요구를 국회에 전달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의원들은 듣는지 마는지 쇠귀에 경 읽기, 마이동풍이다. 오로지 자기 당의 이익과 이념을 위한 상대 당 공격에만 혈안이 돼 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여야는 재계의 건의를 잘 살펴 급한 것부터 처리하기 바란다. 지금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폭탄 등 대외 악조건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치와 정부가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게 정상적이다. 그러지는 못할지언정 발목을 잡는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계엄과 탄핵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도록 국정은 안정되지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외국 투자자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국민들의 피로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사와 재판은 특검과 사법부에 맡기고 국회는 국정을 돌보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이만큼이라도 버티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하나라도 더 외국에 제품을 팔려고 발로 뛴 결과다. 미국의 관세 어깃장에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품질혁신과 대체시장 발굴에 애쓴 덕분이다.
그런 기업들이 애로를 느끼는 점이 있다면 발 벗고 해결해 주는 게 정치가 할 일이다.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직무유기이며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
기업과 경제, 국민과 국가를 위해 국회는 제발 정신 차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