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서 언급
타성 젖은 공무원들 관행 답습 지적
타성 젖은 공무원들 관행 답습 지적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규제합리화 전략회의를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고 민생을 강화하려면 기업활동, 경제활동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규제 합리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어 "정부가 관료화되면 고정관념에 의해 권한을 행사하게 되고 현장에서 족쇄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가 기업활동을 방해하는데도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이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기존 관행만 답습한다는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바이오, 에너지, 문화 분야에 대한 규제개혁을 특히 강조하며 "민간의 창의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규제에서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빠른 실증·임상·치료를 위한 개혁을 강조하고, 문화 분야에서는 창작과 해외진출 시 적용되는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기업이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한때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되던 한국의 산업이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주도권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게임산업은 진흥보다는 규제 대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셧다운제, 웹보드 게임 규제 등의 족쇄에 묶였고 그 결과 2023년 게임 수출액이 전년보다 6% 이상 감소했다. 한국은 건강검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온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법 등 각종 중첩 규제로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해 신약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규제개혁이 단순한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현실에 대한 꼼꼼한 진단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혁신'을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진단과 대안 없이 무작정 개혁을 추진하다가 번번이 부처의 기득권 옹호 논리에 막혔다. 결국 산업 육성보다 문제만 생기지 않으면 된다는 관료들의 복지부동이 고착화한 지 오래다.
현 정부의 규제 합리화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부처 업무의 중심을 '감독과 통제'에서 '진흥과 육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규제를 담당하는 동시에 해당 산업의 성장을 책임지는 '진흥형 감독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개혁을 일회성 회의가 아니라 기업의 요구를 신속히 반영해 제도화하고, 관료가 규제개혁을 위해 스스로 뛰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저출산, 노동생산성 하락, 주력산업의 경쟁력 하락, 중소기업 생산성 부진으로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한계에 직면해 있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 중 17곳이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이 같은 한국의 상황을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한 바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대적인 규제개혁 없이는 한국을 끓는 냄비 밖으로 끄집어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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