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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 여친 간호한 남자…알고 보니 폭행 가해자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7 07:50

수정 2025.10.17 07:49

의식불명인 여자친구 린잉잉을 돌보는 리우펑허. 그러나 린잉잉은 리우펑허의 폭력으로 혼수상태애 빠졌던 것이 드러났다. SCMP
의식불명인 여자친구 린잉잉을 돌보는 리우펑허. 그러나 린잉잉은 리우펑허의 폭력으로 혼수상태애 빠졌던 것이 드러났다. SCMP

[파이낸셜뉴스] 의식불명에 빠진 여자친구를 헌신적으로 돌봤던 남성이 사실 그녀를 혼수상태로 만든 폭행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성 출신 린잉잉(20)은 2013년 온라인에서 남자친구 리우펑허를 만나 연인이 돼 함께 빵집을 운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리우 씨는 린 씨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린 씨가 가게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고 알렸다. 이후 린 씨는 심각한 뇌 손상 진단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린 씨가 혼수상태에 빠진 동안 리우 씨는 매일 그녀의 기저귀를 갈고 몸을 뒤집어주는 등 극진히 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녀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소견에도 불구하고 20만위안(약 4000만원)의 빚까지 져가며 치료비를 충당했다.

리우 씨의 사연은 전국적으로 퍼지며 화제를 모았고 “세계에서 가장 헌신적인 남자친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반년 뒤, 의식을 되찾은 리 씨는 “사실 다친 건 사고가 아니라 리우 씨가 폭행한 것”이라며 “제가 빵을 태우자 리우 씨가 밀대로 머리를 때렸고, 넘어진 뒤 귀에서 피가 나는 것을 느끼고 의식을 잃은 것만 기억난다”라고 폭로했다.

또 “리우 씨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거듭 협박했고, 말하면 제 가족을 모두 죽일 거라고도 했다”며 “이전에도 모바일 게임을 두고 다투다가 제 휴대전화를 부수고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해 다 침묵해 왔다”라고 털어놨다.

린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이듬해 4월 리우 씨는 외딴 마을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그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리우 씨에게 고의 상해 혐의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 린 씨 가족에게 25만위안(약 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랴오닝 법원은 최근 린 씨를 석방했다고 SCMP는 전했다.
린 씨의 석방 직후 중국 내에서는 가정 폭력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일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