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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허가 기다리다 거래 막혀"…목동을 옭아맨 10·15대책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7 15:45

수정 2025.10.17 15:48

재건축 단지 '조합원 지위 양도 불가' 조치에
토지거래 허가 절차 밟던 피해자 발생
"매매약정서 인정 등 조치 필요"
지난달 26일 A씨가 서울 양천구 목동13단지 거래를 위해 작성한 매매약정서. 본인 제공
지난달 26일 A씨가 서울 양천구 목동13단지 거래를 위해 작성한 매매약정서. 본인 제공
[파이낸셜뉴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A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목동으로 이사를 준비했다. 마침 살던 집을 사겠다는 매수자도 나타나 매매를 성사시키고, 곧바로 목동13단지 집주인과 '매매약정서'를 썼다. 재건축 단지인 만큼 본 계약 전에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가 통보를 일주일여 앞두고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목동13단지의 매매가 사실상 금지됐다.

A씨는 기존 집은 이미 판 채 새 집 계약은 못 하는, 이도저도 못 하는 처지에 놓였다. A씨에게 집을 팔려던 집주인 역시 거래가 막히면서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줄 길이 없어졌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10·15 대책'은 토지거래허가구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3중 규제를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했다. 이로 인해 정비사업장이 포함된 지역에서는 하루아침에 수십 건의 거래가 멈췄다. 실거주를 준비하던 이들은 집도, 계약금도 잃을 위기에 놓였다.

A씨가 목동13단지 계약을 준비하며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한 것은 지난 9월 26일이었다. 재건축·재개발이 예정된 서울 내 아파트를 거래하려면 계약 전 구청에 신청해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A씨는 계약서 대신 매매약정서를 쓰고 계약금도 매도자에게 보냈다. 그러나 유난히 길었던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인허가 절차가 지연됐고, 오는 24일 승인 여부 발표를 일주일 가량 남기고 정부의 새로운 규제가 발표된 것이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규제지역 지정이 발효된 이달 16일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개발 대상지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하다. 집을 매매하더라도 재건축을 마치면 입주권을 받을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1주택자로 5년 거주, 10년 이상 보유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는 제외한다.

목동13단지뿐 아니라 인근 목동14단지는 규제 당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반나절 만에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조합원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이 적용되는 정비사업 단지는 재건축 139곳, 재개발 75곳 등 214곳 총 16만여 가구에 달한다.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년 2월 입주를 위해 자녀들 학원을 먼저 목동으로 옮기는 등 생활권은 이미 옮겼고, 기존 집에 있던 세입자도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봐둬서 2월에 계약금을 들고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거래 불발로 집주인은 돌려줄 돈이 없다.
한 집에서만 세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려던 것뿐인데, 하루아침에 피해자가 됐다"며 "대출 규제처럼 예외조항을 마련해 매매약정서도 인정하는 등 억울한 사례를 구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국토부는 17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FAQ'를 발표했으나 발표 전 거래를 진행 중이던 이들을 보호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FAQ 갈무리. 국토부 제공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FAQ 갈무리. 국토부 제공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