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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미 통상 협상 막바지, 시간 급해도 떠밀려 합의는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7 15:04

수정 2025.10.17 15:04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협상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협상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대미 협상 관계자들이 현지로 총출동해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 장관을 만났고 이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찾아 마스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앞서 미국에 도착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 장관을 만나 협상 측면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총력전으로 관세 충격을 덜어낼 최선의 성과를 끌어내되 섣부른 합의엔 신중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트럼프 정부가 요구한 3500억 달러(약 496조원) 투자금 조달 방식과 집행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은 그동안 진척이 없었다.

지난 7월말 큰 틀 합의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가 미뤄지면서 자동차와 철강 등 국내 산업계의 수출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기업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후속으로 반도체 등 다른 품목에도 관세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속히 협상을 마무리짓고 관세 후폭풍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당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희토류 통제 등 중국의 반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동맹국을 상대로 강경 일변도로 협상을 끌고가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3500억불 선불 투자를 고집했던 미국이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 막판 관건이긴 하겠으나 미국측 협상 전략도 종전과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리측도 원화를 활용한 투자나 한국은행과 미 재무부간의 통화스와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대출, 보증 비율을 재조정하는 것도 포함됐다고 한다. '마스가(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협상 돌파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조속히 협상이 마무리되는 것은 당연한 바람이다. 문제는 뒷감당이 힘들 수 있는 조항을 놔두고 시간에 쫓겨 무리한 합의에 도달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베선트 장관은 "10일내 타결에 이를 수 있다"고 했는데 이럴 경우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쟁점들 정리는 가능하다는 뜻이다. 방한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에서 직접 합의서에 서명할 수도 있다.

그동안 많이 지적됐지만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의 8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본의 투자금 5500억 달러는 일본 외환보유액의 42% 수준이다. 우리 정부가 조달할 수 있는 달러는 연간 최대 금액이 200억 달러 안팎이라고 한다. 현금 비중을 조정한다해도 무리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통화스와프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투자 이익 배분 방식이나 투자 프로젝트 주도권 문제 역시 풀어야할 과제다.
협상 디테일을 놓치면서 APEC 일정에 맞춰 떠밀려 합의에 동의하는 것은 곤란하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동을 갖고 정부 협상 지원 사격에 나선다.
마지막까지 국익을 우선으로 민관이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