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재무부는 이번 예산안이 187억유로 규모의 감세와 사회지출 확대를 담고 있으며 저소득, 중산층 근로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복지 확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대신 초부유층에 대한 세제 특혜는 축소되는 방향이다.
2016년 '두뇌 유출(brain drain)'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된 고정세 제도는 해외 거주 부유층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외국인 신입 거주자나 9년 이상 해외에 체류한 이탈리아인은 최대 15년간 해외 소득 전체에 대해 연 20만유로의 세금만 납부하면 됐다.
이 제도 덕분에 특히 밀라노는 세계 부호들의 거주지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부자 이민자들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주택난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커져왔다.
멜로니 정부는 지난해에도 고정세를 10만유로에서 20만유로로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지안카를로 조르제티 재무장관은 이를 두고 "소위 '억만장자 세금(billionaire tax)'이라 불리지만 여전히 이탈리아는 부자들에게 매력적인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상은 이 제도의 두 번째 상향 조정으로, 의회 통과 시 해외 소득이 있는 신규 이주자는 연 30만유로를 납부하게 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GDP 성장률이 향후 3년간 1%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적자를 유럽연합(EU) 기준인 3%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세수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 예산은 가계와 기업, 노동자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서민층 부담을 덜고 지속 가능한 재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