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정평가 예산 전액 삭감
기재부 "출연硏 수행 문제없어"
채무 관리 차원 안정성 등 우려
기재부 "출연硏 수행 문제없어"
채무 관리 차원 안정성 등 우려
기획재정부의 내년 주요 재정평가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정과제를 통해 '재정 성과관리'를 강조했지만, 정작 이를 평가하는 사업 예산은 제대로 책정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내년부터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출연금 예산으로 재정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보조사업 연장평가(올해 예산 5억3300만원) △기금운용평가·보조금운용평가(4억5300만원) △재정사업 심층평가(7억2000만원)가 모두 전액 삭감됐다. 이들 평가는 각각 '보조금법', '부담금관리법', '국가재정법'에 따라 법적으로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기재부는 삭감이 아니라 구조 변경이라고 해명했다. 총리실 산하 출연연의 자체 예산으로 재정평가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재정평가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맡아왔으며, 해당 기관에 관련 예산이 이미 반영돼 있다"며 "감액된 것이 아니라 예산 배정 구조가 기재부에서 각 기관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재부 수탁 과제(정부 재원 지원)에서 출연금 형태로 변경된 것"이라며 "수탁 과제가 아니면 출연연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거버넌스를 통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중앙행정기관의 정식 사업 예산으로 편성하지 않고 출연연 자체 예산을 배정해 재정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사업 추진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출연연이 자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재정평가 사업예산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고, 주관 부처의 관리 범위도 좁아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주요 재정평가 사업은 예산 항목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출연연의 출연금 형식으로 포함됐다. 천 의원은 "재정평가 예산 전액 삭감분은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며 "예산안 편성과 채무 관리에 있어 재정평가의 구속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정평가 사업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예산 집행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내년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 대비 절반을 넘어선 51.6%로 예상된다. 또한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총 43조8307억원 규모의 1131개 국고보조사업 중 7548억원(1.7%) 규모의 18개 사업만 정상 추진 평가를 받았다. 나머지 26조4506억원(60.3%) 규모의 672개 사업은 폐지·통합·감축 등 구조조정 평가를 받았다. 나랏빚은 늘어나는데 효율적인 정부 사업은 많지 않은 셈이다.
김상일 미래재정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재정평가 사업은 기획예산처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며 "예산 편성 단계에서 각 부처의 예산 요구를 통제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지출구조조정을 강조하는 만큼 재정평가가 핵심이다. 예산의 편성·집행·평가·환류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서 평가 결과를 다음 연도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환류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