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중도파 파스 당선…다음 달 8일 5년 임기 시작
美와 연대 강화하며 온건 개혁 추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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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는 1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에서 유효 투표 중 파스 후보가 52.2%를, 우파 호르헤 키로가 후보가 47.8%를 각각 득표했다고 밝혔다. 엘데베르와 우니텔 등 현지 언론과 미국 AP통신·프랑스 AFP통신 등은 볼리비아 선거당국 발표를 인용해 파스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보도했다.
좌파 성향 후보는 아예 탈락해버린 지난 8월 대선 1차 투표 당시 파스 후보는 32.06%, 키로가 후보는 26.7%를 득표했는데, 이후 이날 결선 맞대결을 펼친 끝에 파스 후보가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남부 타리하 시장을 지낸 파스 당선인은 1차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선 3∼4위권으로 분류됐다가 소셜미디어에서 청년 유권자들의 눈길을 끈 경찰 출신 에드만 라라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막판 돌풍을 일으켰다.
서방 언론은 파스 당선인을 정치 성향상 중도파 또는 중도우파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정부 권한 분산 △민간 부문 성장 촉진 △사회 복지 프로그램 유지 등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신중하고 온건한 접근법을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스의 당선으로 1130만명의 볼리비아 주민은 2005년 대선 이후 20년만에 사회주의 좌파 정권 대신 자유주의 중도 성향 정권을 맞게 됐다.
현재 볼리비아는 국가 주도 경제 체제하에서 진행된 △무리한 국책 사업 △외환 정책 혼선에 따른 중앙은행의 달러 부족 사태 △관료의 무능과 부패 문제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좌파 정당으로 꼽히던 사회주의운동당(MAS)이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MAS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경우 성관계를 위해 미성년 여성을 인신매매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기도 한데,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투표를 마친 후 현지 취재진에게 "매우 불쾌한 시기는 이제 끝장나게 됐다"며 "지금은 변화와 혁신의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TV토론에서 러시아·중국과 가까웠던 그간의 외교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미국과 대화하며 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중국의 경우 아르헨티나·칠레와 함께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볼리비아에 지속해서 투자를 하며 광물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터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볼리비아 새 정부의 '노선 변경' 가능성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정치 지형상 좌파 정부 연쇄 출범(핑크 타이드) 기조는 주춤해졌다.
현재 역내에서는 멕시코·브라질·페루·콜롬비아·과테말라·온두라스·우루과이 등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 있고, 베네수엘라·니카라과·쿠바까지 고려하면 중남미 외교·안보 지형은 왼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새 아르헨티나·에콰도르·엘살바도르·파라과이·파나마에서는 우파 성향 정치인이 집권하면서 우파가 조금씩 세를 불리고 있다. 다음 달 대선을 치르는 칠레에서도 우파 성향 후보들이 지지세를 모으며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기조에 힘을 보태게 된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 달 8일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2030년 11월까지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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