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기사 막고 싶으면 3000만원 내라"…건설사 협박한 인터넷기자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1 07:00

수정 2025.10.21 07:00

法 "언론 권한을 사익 추구에 악용"
보도 암시하며 협박성 문자…공갈미수 혐의 유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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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기사 게재를 빌미로 건설사 대표에게 금전을 요구한 인터넷신문 기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이세창 부장판사)은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신문 발행인 A씨(56)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 강남에서 인터넷신문사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지난 2023년 7월 제주 서귀포의 한 건설사 대표 B씨에게 기사 보도를 암시하며 금전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분양대행 수수료 정산 문제를 둘러싼 민원과 갈등에 휘말려 있었고, 관련 내용이 일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보된 상황이었다.

A씨는 B씨에게 "귀사의 갑질과 꼼수를 취재하다 더 중요한 사항을 포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 회사의 입장을 듣겠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 나가기 전에 작은 제안 드린다. 상처 입는 쪽은 대표님이 될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금액으로 보면 3000만원 남짓, 수업료 냈다 생각하고 정리해라"고 직접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검찰은 A씨가 언론 보도를 명분 삼아 피해자를 압박하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판단해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익 차원의 정당한 취재였으며, 금전을 요구한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언론인의 지위를 이용해 불리한 기사를 보도하겠다는 해악을 고지했고, 피해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도록 압박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은 정당한 권리가 없는 제보자를 위해 재물 교부를 요구한 것으로, 공익 목적의 취재로 볼 수 없다"며 "언론의 권한을 사적 이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명시됐다.
이어 "기사 보도를 조건으로 피해자에게 금전을 요구한 것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하는 정당한 행위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 "언론의 지위를 이용해 해악을 고지한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금전 요구의 의도가 명백해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