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발전 비중 40% 넘었지만
업계 "한전 중심 규칙 여전" 지적
절차적 정당성·입법 기반 다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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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력시장의 핵심 운영 기준인 '전력시장운영규칙'이 25년째 구체적인 법적 정비 없이 운영되며 급변하는 전력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민간 발전 비중이 40%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한국전력 중심의 규칙 체계가 유지되면서 절차적 공정성과 법적 지위에 대한 재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력시장 선진화를 위한 법적 기반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전력시장운영규칙의 법적 지위와 개정 절차의 정당성 확보를 강조했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전력시장 제도는 이미 성인이 됐는데 규칙은 초등학생 시절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며 "시장 외형은 급성장했지만 규범 체계는 제자리"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 전력거래소 출범 당시 6개 발전공기업에 불과했던 전력시장 참여자는 지난해 기준 6617개로 확대됐다.
그러나 민간발전 업계는 전력시장운영규칙이 여전히 한전과 발전공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전력시장운영규칙은 전기사업법 제43조에 따라 전력거래소가 제정하는데 일부 규정은 민간 발전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입법예고·규제심사 등 공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개정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백옥선 부산대 교수는 "전력거래소는 행정기관이 아니므로 규칙은 법규명령이 될 수 없고 계약 당사자도 아니라 약관도 아니다"라며 "공적 규제 기능이 섞인 '규제적 자치규범'으로 봐야 하며 그에 맞는 제·개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은 민간 발전사의 수익성과 직결되지만 현재는 공적 절차 없이 개정이 가능하다"며 "실질적 법적 효력을 갖는 규정이라면 입법예고와 규제심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운영 불안정성도 함께 거론됐다. 손 교수는 "태양광·풍력 등 간헐성 전원 증가로 주파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관성이 없는 전원이 많아지면서 전력 공급 안정성도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섬나라 구조로 인해 전력계통 연계가 어렵고 수력 발전 비중도 낮아 유럽 대비 계통 운영 난도가 30배 이상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 교수는 해결 방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인버터 성능 개선 △분산자원 제어 수단 도입 △유연성 설비에 대한 보상체계 마련 등을 제시했다.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망 구축비용 증가와 원가 측정의 어려움을 수반한다"며 "전기위원회를 독립 규제기관으로 개편하고 정부가 전력 규제 기능을 직접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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