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바퀴벌레 잡으려다 건물에 불...출산 2개월 엄마 '아이 살리고 숨져'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0 16:55

수정 2025.10.21 13:18

남편과 함께 창문 통해 옆건물 대피 중 추락, 아이와 남편은 '무사'
20대 여성, '화염방사' 처럼 바퀴벌레 잡으려다 화재 발생
1명 사망하고, 8명 중경상, 경찰 실화 및 과실치사 혐의 적용 예상
화재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화재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오산=장충식 기자】경기 오산의 상가주택에서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이 불로 인해 출산 2개월 아이의 엄마가 사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숨진 아이의 엄마는 옆건물 주민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대피시킨 뒤, 자신도 대피하다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5분께 오산시 궐동의 5층짜리 상가주택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2층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가 라이터와 스프레이 파스를 이용해 유튜브에서 봤던 '화염방사기' 영상처럼 불을 뿜어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벌레를 잡던 중 침대와 침대 옆 쓰레기 등에 불이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하자 처음에는 자체 진화를 시도했으나, 진압이 여의치 않자 119에 신고했다.



이 불로 인해 모두 9명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중경상을 입었으며, 이 중 5층 거주자인 중국동포 30대 여성 B씨가 대피하다가 건물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B씨는 약 2달 전 출산한 아이의 엄마로, 남편과 함께 아기를 1m 떨어진 바로 옆 건물로 대피시켰고, 옆 건물 사람들이 창문을 열어 아이와 남편의 대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가 남편과 마찬가지로 옆 건물 창문으로 건너가려는 과정에서 미처 창문 안쪽까지 들어가지 못한 채 아래로 추락했다.

크게 다친 B씨는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사고 발생 5시간여 만인 오전 10시 40분께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연기가 다량으로 발생하면서 계단을 이용한 대피가 막힌 B씨와 남편이 불가피하게 창문을 통한 탈출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를 잃은 유족(B씨의 남편)을 상대로 지금 당장 조사를 할 수 없어서 대피 과정에 대한 진술을 청취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일단 B씨의 아기와 남편이 창문을 통해 옆 건물로 대피한 것은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B씨는 출산 이후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면서 집에서 아기를 돌봐왔으며, 같은 중국동포인 남편은 인근 식당에서 일하며 성실히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한 A씨에 대해 중실화 및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