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비인간적·비극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유족 측은 항소 의지 "법원 판단 존중하나 무기징역 선고는 아쉬워"
유족 측은 항소 의지 "법원 판단 존중하나 무기징역 선고는 아쉬워"
[파이낸셜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양(8)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 명재완씨(48)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등) 등 혐의로 기소된 명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을 명령했다.
명씨는 지난 2월 10일 오후 5시께 자신이 근무하던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마치고 귀가하는 김양에게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유인한 뒤 미리 준비한 흉기로 김양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4∼5일 전 학교 업무용 컴퓨터를 발로 차 파손하고 "같이 퇴근하자"던 동료 교사를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명씨는 극심한 유기 불안감, 가정으로부터의 소외감, 직장에서의 부적응, 성급한 조기 복직에 대한 후회 등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초등교사인 피고인이 재직하는 학교에서 만 7세에 불과한 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이 사건으로 전 국민이 느낀 충격과 분노가 매우 크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사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었지만 가장 안전해야 하고 아동·청소년이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는 장소인 학교에서 잔혹한 사건을 저질렀다"며 "피해자가 그토록 좋아하던 학교에서 별 의심 없이 교사인 피고인을 따라갔다가 피고인에게 살해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더욱 비극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방면에서 최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아동인 7세 피해자를 살해한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가 한명임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일반적인 살인범죄와 비교해 죄질이 극도로 나쁘다"며 "특히 피고인의 직업을 고려할 때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명씨에게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더라도 범행 당시에는 사물 변별능력이나 행위 통제 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된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설령 그런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형을 감경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인간적이고 비극적인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알릴 필요성이 크고,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중형에 처해야 할 사정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의 생명을 빼앗아야만 재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피고인이 가석방 등으로 출소하더라도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준수사항 부과로 어느 정도 피고인의 재범을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갖춰져 있다"며 "이 사건 범행의 책임 정도와 목적에 비춰 사형 선고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분명히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 김상남 법무법인와이케이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범죄 잔혹성이나 피해 정도가 중한데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는 점은 아쉽다"며 "항소를 해 달라는 취지로 검찰에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4월 명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파면을 결정했으며, 명씨가 별도의 이의 절차를 밟지 않아 파면이 확정됐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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